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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Sep 27. 2023

이른 아침 혼자 하는 수영

여름보다 가을에 하는 수영이 더 좋다

한여름엔  내리쬐는 햇빛아래  실외 커뮤니티 수영장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

하나뿐인 내 자전거도 앞바퀴가 펑크가 났는데 1년째 게으름으로 차고에 방치되어 있어서

땡볕에 수영장까지 걸어가는 것  또한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긴 여름방학을 맞은 활기 넘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나보단 더 수영장을 필요로 했기에

여름동안엔 그냥 지나가며 담장 너머로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힐끗힐끗 구경만 했다.


며칠 전부터 아침에 창문을 열면 더욱 파래진 하늘과  가을 특유의 바삭하고 청량한 공기가 느껴진다.

동네 아이들도 개학을 했다.

강아지 밥을 주고 산책을 끝낸 평일 아침 8시.


지금 수영장에 가면 사람이 5명 미만일 확률 95프로 이상이다!


얼른 남편 커피와 빵, 요거트를 챙겨주고

어디 가는건지 따라오고 싶어 하는 강아지의 눈빛을 뒤로 한채

수영복은 옷 안에 미리 입고 수건, 물안경을 챙겨서 수영장으로 걸어갔다.


수영장 문을 여니 아무도 없다!

가 아닌 아저씨 한분만이  태닝을 하려고 웃옷을 탈의하고 계셨다. 그래도 내 예상은 적중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아침 수영이었다.

물온도는 미지근했고  가을 햇빛은 따뜻했다.

멀리 누워 태닝을 시작한 아저씨는 금세 잠이 드신 거 같았다.


수영장의 파랗고 고요한 물속 공간을 들여다보는 건 그 자체로 참 평화롭다.

진짜 바닷속에 들어가 바다생물들을 구경하면 얼마나 신비롭고 재밌을까, 언젠가 스노클링도 해봐야지.


 예전에 봤던 해양 조난 영화도  떠오른다.

만약 바다에 빠진다면 난 얼마나 숨을 참고 있을 수 있을까?

또 얼마나 오래 수영을 지속할 수 있을까?

상상 속 생존에 대한 걱정이 잠시 든 나는 내 키보다 낮은 깊이의 수영장에서 갑자기  잠수연습을 해봤다.


어깨가 약한 나는 팔을 많이 저어야 하는 자유형보다는 개헤엄과 배형을 좋아한다.

오늘은 옆에 사람들이 없으니 물속을 이리저리 휘휘 달려본다.

우주에 나가면 제일 재밌어 보이는 무중력 체험을  이렇게나마 물속에서 느껴본다.

물속에서 내 몸은 한결 가볍고 관절에 가해지는 자극은 덜해져

이렇게 한시간도  통통통 뛰며 물속을 돌아다닐 수 있을 거 같다.


혼자 열심히 놀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맞은편 아저씨는 한 번씩 태닝 스프레이를 칙 뿌리고  다시 누워있길 반복하고 있었고

아직 까진  평일 아침수영을  오는 이는 없었다.

물기를 말리며 소파에 앉아 잠깐 책을 읽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저번에 꽂아놓고 깜박 잊고 있던

빠빳하게 마른 낙엽이 툭 떨어졌다.

 책갈피에 꽂아둔 낙엽을 발견하는 건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낭만이 있다.

잊고 있던 가을의 운치를 우연히 발견하는 느낌이다.


집에 돌아와 남편과 같이 브런치를 먹었다.

오이, 계란, 토마토,옥수수를  마요네즈에 섞어

샌드위치를 만들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운동을 하고 먹어서 더 맛난걸까?

너무 많이 추워지기 전에 수영장에 자주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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