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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Oct 12. 2023

나의 피부 해방일지

수분 부족 지성 피부인의  여드름 극복 과정

여드름은 중학교 때 이마에, 고등학교 때는 광대뼈 주위에, 성인이 되니 턱밑으로 내려왔다.

어디서 들었는데 여드름은 점점 내려온다고 한다.

20대 이후 중간에 거의 아무것도 나지 않던 시절도 있었지만 식생활이나 수면, 운동의 변화가 생기면 하나 둘 트러블이 올라왔다.

  학창 시절엔 여드름 나는 친구끼리 저주받은 피부란 말을 장난 삼아 하기도 했지만 말이 더 씨가 될까봐 그런 말은 자제했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농담이니까.


여드름은 사실 유전적인 요인이 제일 크다고 본다.

 외가 쪽 할아버지로부터 우리 엄마로 이어져 나와 내 동생에게 전해진 가문의 이력 같은 것이었고

우리 엄마의 학창 시절 별명이 자갈밭(?)이었다는 빵 터지면서도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슈퍼 외향인이신 우리 엄마에게 여드름 따위는 연애나 친구를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아니었고 자갈밭이란 별명을 가지고도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편지를 보내고 성공하기도 했다는 놀라운 얘길 들었다.

그런 엄마에게서 나 같은 슈퍼 내향인이  태어났다.

작은 것에도 남다른 신경을 쓰는  내 성격에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여드름은 불치병과 같은 고민이었고 나의 청소년기 자존감을 반이상 하락 시켰던 거 같다.


청소년기에  피부과도 여러 번 다녔었다.  여드름을 짜는 건 너무 아팠고 거기서 처방해 주는 약을 먹으면 피부가 가뭄의 논처럼  처럼 바짝바짝 말랐다. 아마도 피부의 유분을 감소시켜주는 약이었던 것 같다.  바르는 약도 따갑고 아팠다. 무엇보다도 비용이 상당했다. 결국 피부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2020년 팬더믹이 이후 스트레스탓인지  점점  턱밑 여드름이 생겨났고 이번 2023에 최고조에 달했다.

내 피부 발란스가 다 망가진 느낌이었다.

건조한데 여드름이 계속 났다.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화장을 해도 더 심해질까 걱정, 안 하자니 보기 싫고..

아마 피부 트러블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 심정을 알 거다.

 거울속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겠고

깨끗한 피부만 가져도 소원이 없을 거 같은 깊은 절망감.



혼자 집에서 조용히 이것저것 찾아보며 내 피부를 진단해 봤다.

난 그냥 지성이 아닌 수분이 부족한 지성피부인듯 했다.

사실 지금까지 내 피부 타입도 잘 몰랐고 내가 쓰는 화장품도 그냥 계속 쓰던 거라 성분이 어떤지 , 나한테 진짜 잘 맞는 건지도 잘 모르고 써왔다.


우선 화장품 성분 분석을 해주는 앱을 통해 유해 물질이 없고 아주 순한 타입의 제품들을 찾았다.

그리고 여드름피부인 사람들이 쓴 리뷰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여드름 피부엔 마더카소사이드 성분이 좋을듯 싶었다. 마데카솔에 들어가는 성분인데 피부를 진정시키고 재생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나에게 스스로 실험해보자. 좋아지던지 그대로던지..몇 개 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했고 앰플부터 수분크림까지 바르는 순서를 정해서 써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뭐가 더 날까 봐 피부에 스킨케어 제품들을 아예 안 바르기도 방치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유수분 발란스가 깨지며 트러블이 더 심해진단걸 알게 됐다.

화장을 지울 땐 꼭 거품기로 클렌징폼을 거품으로 만들고 얼굴에 팩 하듯 얹어 다 거품이 다 녹을 때 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하면 좀 더 얼굴에 유분이나 남아있는 화장품이  깨끗이 닦여지는 느낌이었다.

조깅과 반신욕도 거의 매일 했다. 일단 둘 다 땀을 흘리며  피부의 노폐물을 내보내기 때문에  하고 나면 좀 더 피부가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몇 달간 피부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보기도 했다. 변화가 과연 있을까 하는 기대반  이미 심해질 데로 심해진 트러블이니 더 나빠지겠나 하는 체념반의 마음으로 몇 달간 내 스킨케어 루틴을 따랐다.



과연 결과는?

그렇다. 좋아졌다!

완전 백옥피부가 된것도 아니고 아직 여드름 자국도 남아있지만 피부과에 가서 레이저를 해야 될지 더 비싼 시술을 받아야 되는 걸까 금전적으로도 고민하던 나에게 집에서 혼자 실험하듯이 한  스킨케어로 차츰차츰 여드름이 줄고 자국이 없어져 가며 아팠던 피부가 조금씩 나아져가는 걸 보니 인생의 무거웠던  한 짐을 떼어낸 듯 홀가분하고 개운했다.


선크림이랑 파운데이션도 내 피부에 맞는 걸로 써보며 자극이 거의 없는 제품들을 쓰려 노력하고 있다.

내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아내는 게 큰 관건이었고 거기에 더불어 운동과 식습관으로 몸과 속을 편안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지금도 성인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다 사람마다 맞는 스킨케어가 다르고 피부 트러블의 경중이 다르지만 트러블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알기에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맘에 내돈내산하며 경험한 것을 써본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트러블과 언제쯤 완전한 이별을 할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꾸준히 운동을 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먹게끔 해주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좋게 생각해 보려 노력하며 ..

이 또한 나의 한 부분을 이해해 가는 거란 맘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이어가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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