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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Jan 10. 2024

언제 어디서든 책 읽을 수 있는 행복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 속에 몰입하는 시간

전부터 좋아했지만 최근 들어 더 좋아하게 된 유튜브 채널이 있다.

'히조'라는 작가의 채널이다.

미니멀하고 아늑한 집에서 정갈하고 몸에 좋은 집밥을 해 먹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몇 가지 음식을 따라 해 먹어 보기도 했다. 자신만의 신념으로 꾸준히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들을 쓰려고 노력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들이는 모습에서  나 또한 플라스틱과 불필요한 물건들은 안 사야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유튜브 ‘히조’


내가 지향하는 미니멀 하면서도 정돈된 일상들을 보고 있으면 맘이 너무 행복해진다.

팬심으로 히조작가가 쓴 책들도 밀리의 서재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 않는 삶'이란 에세이와 절친인 슛뚜 작가와 같이 쓴 '여생, 너와 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쩜 이렇게 담백하면서 알맞고 적정한  언어들로 일상의 감정과 이야기들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 감탄했다. 그것도 슛뚜작가와 같이 지내며 2주 안에 다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대학 때부터 친구이자 같은 작가로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들의 끈끈한 우정 또한 부러웠다.



히조 작가의 채널을 보며 제일 영향을 받은 모습은 시시때때로 독서를 하는 모습이다.

직접 만든 요리를 먹으며 책장을 넘기고, 좋아하는 북카페나 북스테이를 하며 읽는 책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편하게 소파에 누워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시간들.

나도 말하자면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미미하지만 간간히 그리는 그림의뢰와 재택근무일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집안일을 하고 일을 하는 시간 외에 의미 없이 유튜브 영상을 켜고 어떤 걸 봐야 할지 멍하니 스크롤을 올리며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았다. 히조 작가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나도 시간이 빌 때마다 책을 읽어봐야겠다란 맘이 들게 되었다. 책 읽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고요해 보여서 따라 해보고 싶어졌다.

유튜브 ‘히조’

우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마구마구 다운로드하였다. (정기구독 너무 좋다..) 베스트셀러나 랭킹 10위에 올라와 있는 책들이 아닌 내가 정말 읽어 보고 싶은 책들을 골랐다. 난 논픽션과 에세이를 좋아한다. 특히 내향인과 미니멀,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내향인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며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단 걸 알았다.


'3~4일 내내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것, 밀린 집안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것, 여럿보다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 이모두가 내향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내향적인 사람은 이처럼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내밀한 행복을 추구한다. 그런데 외향성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이런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다..'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중에서



사실 내향인들은 안정감과 평온을 느끼게 하는 아세틸콜린이란 호르몬이 분비될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직접 만든 따뜻한 라테를 마시며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들이 아세티콜린이 분비되는 순간들이다. 지금까지 나 또한 행복은 많은 돈을 써서 먼 곳으로 떠나보고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보며 커다란 경험을 하고  비싼 선물을 받아보는 짜릿함들을 느껴보는데에 있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다들 그렇게 하는 듯하니까, 그래야만 행복인 줄  알았고 30년 넘게 내가 내향인이란 것도, 어떨 때 정말 행복한지 나 스스로도 몰랐으니까.

지금 난 아침 조깅을 하고 반신욕을 마친 후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 속에 몰입하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하다.

내 머릿속에서   잡히지 않고 희미하게 떠다니는  생각과 감정들을  책 속의 명확하고 매끄러운 묘사 속에서  발견할 때 눈이 확 떠지는 희열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어떻게 이런 글들을 쓸 수 있을까란 벅찬 감동은  학창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과 HOT이후 자고 있던 내 팬심을 새록새록  불러일으킨다.

좋아하는 책의 작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어느 책 한 구절을 찍은 사진을 보면 나도 그 책을 다운로드하여 읽어본다. 그 책에서 또 언급한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재밌는 책에 대한 구절이 있다. 이렇게 재밌게도 책들끼리  다음에 읽을 책을 추천해 준다.

동조효과는 개인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연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립 박수를 치게 된다거나  다수가 무단횡단을 하면 잘못된 걸 알면서도 함께 신호를 위반하여 길을 건너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내가 용기를 내고 그 모습을 굳이 사진과 영상을 통해 전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동조 효과를 희구하며 기꺼이 옥상을 바라보는 행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친구에게 "네가 하는 거 보면서 편의점에서 비닐을 거절하기 시작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 않는 삶, 히조



선한 영향력이란 게 이런 것 인듯하다. 자신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공간이 될 수 있게 매일 단정하게 가꾸는 나의 집, 손은 많이 가더라도 나를 위해 정성껏 차려보는 집밥, 작지만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내가 실천해 볼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물건 쓰기 , 언제 어디서든 시간이 될 때마다  좋아하는 책을 꺼내 맘에 와닿는 구절에 밑줄 그으며 읽어보기.

  히조 작가의 일상들을  들여다보다 보면 절로 나도 저렇게 해봐야 지란 맘이 들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젠 의미 없는 유튜브 스크롤링을 멈추고 시간이 될 때마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좋아하는 구절을 기록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려고 싶은 맘이다. 마저 읽던 책 읽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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