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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휴식의 온도 : 온휴가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흐린날의 여행도

이토록 아름다운


글ㆍ사진 ㅣ 고서우



날씨가 좋지 못 한 날이었다. 학수고대했건만,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섭섭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때로는 흐린 날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난 적도 있었기에 기대할 때의 설렘을 모두 지우지는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날 어느 때보다 차분할 '온휴가'의 자쿠지를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도착해서 차를 한 쪽에 붙여 세우고, 짐을 풀며 '온휴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행가들의 프라이빗한 취향에 맞도록 지어진 공간답게 바깥에서 안쪽을 미리 엿보기란 어려웠다.



우리 셋은 '안채'에 머물렀다. 침구가 두 개였고, 최대 네 명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곳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와닿던 포근한 기운과 그에 어울리는 따뜻한 색감이 이곳의 첫인상으로 남았다. 이곳에 머물 우리끼리 넉넉하게 마주하고 앉아서 밥을 나눠 먹을 식탁 그 너머엔, 식후 나른한 시간을 만들어 줄 차와 커피도 준비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직은 이른 오후였지만, 해를 가린 구름이 만들어 놓은 조도 덕분에 침실에 몸을 미리 뉘어보기 적당했다. 누워, 창가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는 친구를 보는 게 좋았다. 그 뒤로 배경이 되는 초록의 정원은 곧 쏟아질 비를 점잖이 기다리는 듯도 보였다.



"우리, 자쿠지에 따뜻한 물부터 받기 시작하자." 준비 없이 때아닌 추위를 맞다 보니, 물 온도는 조금 높게 하고 싶었다. 뜨거운 물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닿을 찬 공기가, 적당하게 물을 식혀낼 것까지 생각했다. 그렇게 바깥 공기를 막아서도록 나무 문을 닫아놓고는 다시 침실 동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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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채워지는 동안에 차를 내려 마시기로 했다. 호불호가 없는 우롱차였기에, 셋 다 자기 몫의 한 잔씩을 내렸다. "내일 아침엔 날씨가 어떠려나? 해가 좋으면, 마당 바깥으로 가서 지붕 위에 빛이 잔뜩 내린 모습을 찍고 가야지!" 그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갈 것도 모른 채로 우롱차 향기에 마냥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식의 혼잣말 같던 나지막한 이야기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였다. 



스피커에 연결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비스듬히 어깨를 댄 채 필름 카메라를 살피기도 하고. 서로가 흩어짐에도, 널따란 공간에서보다 분명한 아늑함이 늘 존재한다는 게 좋았다.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물이 다 채워졌을 것이 짐작되었다. 닫아두었던 자쿠지 동의 문을 열고서 살폈다. 손부터 물에 담가 저어 온도를 느끼고, 지체 없이 들어갔다. 눈앞에 작게 난 창으로 수증기가 빠지는 듯 여름 공기가 오갔다. 머리 위 작은 빛 우물 속엔 구름이 머물고 있었다. 하늘 맑은 여름밤이면, 저 속에 별이 뜨겠다는 상상이 스쳤다. 얼굴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자꾸 올려다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을, 차츰 식어가는 물의 온도가 겨우 일깨워 줘서야 일어났다. 물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배가 고픈 것이야 언제나 같은가 보다며 저녁 식사 시간을 맞이했다.



'흐린 날의 여행도 이처럼 괜찮은 곳이 있어.' 다음 날 아침, 전날 늦은 밤부터 내리기 시작했던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음을 알았을 때도 창문 앞에 서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온휴가' 안에선 그럴 수 있었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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