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여름을 사랑하게 만들 여행의 거처 : 훈온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새롭게 발견한

여행하기 좋은 계절


글ㆍ사진  고서우



모두가 휴가를 떠나는 여름. 하지만 여름은 오히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아닐 수 있겠다. 높은 온도와 공기 중에 가득히 깔린 습기 때문에 그야말로 찌는 듯한 더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니 말이다.



이런 여름날 떠나게 된 짧은 여행. 안덕면에 위치한 '훈온'은 사진으로 먼저 접한 적이 있었다. '훈온'의 옆 골목길, 나무가 만들어낸 그늘 아래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객(客)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고, 언젠가 '훈온'에 한 번 머물게 되기를 바랐었다. 너무 짙지만은 않았던 나무 그늘의 어두운 부분이 인상 깊었기에 나도 그곳에 서 보고자 했다.



"여긴가?"하며 차 머리를 넣었다. 양 옆을 살피다 이내 시선을 앞으로 했을 때, 사진에서 봤던 나무 그늘 골목길이 보였다. 낯익은 장면에 매우 반가워했다.


돌집을 둘러싼 돌담과 그 곁을 오래도록 지켰을 나무, 그리고 사진으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감귤밭 등의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훈가'와 '온가' 이렇게 두 개의 동으로 나뉘어진 '훈온'에서, 우리는 '훈가'의 문을 열었다. 총 4인까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니만큼 너른 잔디밭이 먼저 우리를 마중했다.


처음 '훈가'의 문을 열어보기 전에는 옆 동과 가까운 편인가 싶었지만, 입구로 돌아가는 길도 다른 데다가 안쪽에서 느껴지는 외벽의 키가 높아 우리만의 프라이빗함에 안심할 수 있었다.



오른손에 쥔 캐리어를 안으로 들이며 내부를 눈에 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넓어보이는 거실이, 고작 하룻밤을 아쉽게 느끼도록 했다.



더운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줄 에어컨을 틀고, 가져온 주전부리들을 냉장고와 식탁에 풀었다. 그리고는 단차로 분리된 침실 쪽으로 올라가서 빔프로젝터 화면에 눈을 두며 말했다. "밤에 영화 보자!" 들뜬 한마디에 끄덕이며 좋아하는 얼굴, 그 얼굴이 향해 있는 곳에는 좁은 문 틈새가 있었다.



훈온 예약하기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자쿠지가 자리한 넓은 욕실. "실내 자쿠지! 생각보다 엄청 넓어. 여기서 차 마시면 좋겠다. 너, 제주도 완두송편 먹어보고 싶다고 했지? 이따 마트에 있으면 사 와서 여기 앉아 먹자. 여기 봐. 건식사우나도 있고, 샤워실도 꼭 목욕탕에 버금가네."


얼른 가운을 내려 사우나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코로나19로 대중목욕탕을 점차 멀리하게 되면서, 이렇게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나면 유독 화색이 돈다. 일상이 만들어낸 피로를 몸에 잔뜩 이고, 찌뿌둥한 기분은 아무리 기지개를 켜도 떨쳐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건식 사우나에 앉아 저 틈에 흔들리는 초록을 바라보다, 턱 끝에 땀방울이 맺히고 얼굴이 붉게 익거든 시원한 물로 몸을 식히고, 뜨거운 탕 안으로 자리를 옮겨 노곤해지고 싶은 마음.



곳곳을 둘러보며 이내 마당 쪽으로 난 창을 바라보고는, 초록이 싱싱하게 오른 잔디밭에 한마디 내뱉었다. "여름도 여행하기에 괜찮은데?"


말을 뱉은 즉시 우리는 실외용 슬리퍼를 신고서 그 앞 데크에 앉아보기도 했다. 차가 많지 않은 동네에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여름 새소리와 귀를 만져주는 바람이 좋았다.



더운 기운 속을 내내 걷고 여행하다 들어온 숙소! 왜 요즘 사람들이 숙소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이른바 '호캉스'를 하는지 알 것 같다 말할 정도로 편안했다. 다시 돌아나가기 싫을 정도였다. 내 발이 이르는 곳마다 여름 특유의 덥고 습한 계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근처 가까운 곳에 가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이랑 오는 길에 마트 들러서 저녁 먹을거리 사서 오자!" 설렘을 담은 말에 들려오는 "빨리 장 보고 들어오자!"는 대답. 웃으며 나갈 채비를 했다. 내가 이렇게 느끼면, 너도 그렇게 느끼는 듯 해서 마음 또한 편안해졌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훈온 예약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다정함을 만나는 여행 : 아날로그우리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