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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물드는 [강릉 한옥 숙소 | 임영고택 후기]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오래된 향수와

현대적 편리함의 공존


글ㆍ사진 ㅣ 이다영


강릉의 오래된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빛바랜 기와가 보인다. 다른 집들에 비해 조금 높은 위치에 있어 하늘과 더욱 맞닿은 느낌을 주는 이곳은 1939년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숙소를 둘러싼 담장을 따라 걸어가 갈색의 철문을 열면 드러나는 넓고 큰 마당과 빛바랜 기와의 중후함이 무색하리만치 깔끔하게 유지된 강릉 한옥 숙소 임영고택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도착할 때쯤 강릉의 따스한 빛이 대문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비춰주고 있었다.



강릉 한옥 숙소 임영고택은 일본식 정원처럼 자갈들로 꾸며진 앞마당의 곳곳에는 작은 꽃과 풀들이 심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입구에서부터 숙소까지 이어지는 작은 돌다리를 깡충깡충 건넜다.



입구에는 길게 툇마루가 나 있고, 문을 열기 전 툇마루에 서서 다시 한번 정갈한 마당을 돌아보는데 바람이 불면서 아주 미세하게 풍경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처마 밑에 아주 귀여운 풍경이 흔들리고 있었다. 들어서기 전부터 환대받는 기분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 강릉 한옥 숙소.



강릉 한옥 숙소 임영고택은 큰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당에서부터 걸어 들어갈 때부터 숙소 내부가 보여 기대감이 커졌는데,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볼거리와 요소들이 있었다.


먼저 숙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풍기는 향기가 너무 좋았다. 숙소 곳곳과 타월, 샤워가운에서까지 은은한 향기가 나서 임영고택에서 지내는 기간 내내 기분이 좋았다. 툇마루에서 마주했던 작은 풍경처럼, 곳곳에, 이곳에서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배치된 찻잔이나, 오디오, 간식들이 공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놓여있었다. 공간의 곳곳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수납공간을 만들어 두어 짐을 넣어두기에도 좋았고 부에 전자기기나 다른 소품이 많았음에도 깔끔한 느낌이 났다.



그저 장식용으로만 놓여있는 LP 플레이어인 줄 알았는데 바로 옆에 여러 가지 LP판들이 많은 것을 보고 한번 틀어보기로 했다. LP 플레이어를 작동시키니 방 반대쪽에서 오디오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음악 소리가 숙소를 가득 채웠다. 임영고택은 딱 그런 곳 같았다. 과거의 향수와 현대의 편리함이 공존하는 곳. 음악 또한 오래된 음악부터 최근 우리가 들어 익숙한 아티스트까지 LP판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들어올 때 마주했던 앞마당 외에 숙소에 뒤쪽으로 난 중정이 있다. 숙소 양쪽으로 창이 나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이 다른 쪽 창을 타고 내부를 비춰주었는데, 중정에 위치한 나무의 그림자가 실내로 들어와 흔들리며 이 강릉 한옥 숙소가 그려내는 그림이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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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은 욕실이자 자쿠지, 침실, 거실의 삼면을 마주하고 있는데, 욕실 바로 앞으로 큰 나무가 서 있고, 중정의 중간중간 고무신이나, 작은 장독대, 싸리 빗자루 같은 귀엽고 한국적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자쿠지에 물을 담고 바깥을 보며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중간 창과 모기장이 있어 날씨에 상관없이 바깥 풍경을 즐길 수 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 안에서 바라보는 중정이 참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을 한참을 받다 보니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중정의 풍경이 물 위로 비쳐 아롱졌다. 임영고택 주변으로 큰 건물이 없고, 담벼락도 높아서 완전한 나만의 작은 노천탕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자쿠지를 즐기다가 씻을 때가 되면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친 후 씻었다. 커튼을 치고 난 후로도 커튼을 통해 은은하게 비취는 볕이 또 다른 느낌의 아늑함을 주었다.



강릉 한옥 숙소 임영고택 내부에 준비된 책자에 주변에 식사할 만한 곳들과 와인 샵,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이 적혀져 있어 그를 참고해 저녁을 먹고 밤에 먹을 와인을 사러 외출했다가 들어왔다. 해 질 녘 마주한 임영고택은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번에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빛이 은은하게 퍼져 나와 내부를 한층 더 따뜻하게 느껴지게 했다.



왼편의 작은 방에서 와인을 마시며 프로젝터로 영화를 한 편 보고 잠들기 전 한 번 더 자쿠지에 들어가 밤의 풍경을 즐겼다. 마침 단오제가 시작되면서 근처에서 폭죽놀이를 했는데 숙소 내부 안에서도 너무 잘 보여서 또 하나의 볼거리를 얻어간 기분이 들었다.



저녁에는 혹시 몰라 커튼을 모두 치고 잠에 들었는데 아침이 되어 보니 커튼을 뚫고 아침볕이 포근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곳곳을 통해 부드럽게 퍼져 들어오는 빛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을 서서 사진을 찍었다. 너무 쨍하지 않게 은은하게 숙소를 물들이는 아침의 볕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주었다. 침대 위의 창문을 통해서도 아침볕이 기분 좋게 쏟아져 들어왔다.



커튼을 모두 걷고 아침을 먹고 준비된 차를 내려 마셨다. 임영고택에는 다양한 차와 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아침에 보이차를 한잔씩 내려 마시며 툇마루에 앉아서 사 온 초당 옥수수를 나눠 먹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툇마루 끝에 앉아서 준비해 온 옥수수를 한입씩 베어 물었다. 톡, 하고 알갱이가 터지며 옥수수의 단물이 팔뚝을 타고 흘러내렸다. 살랑, 산들바람이 살짝 불어오면서 풍경이 기분 좋게 울렸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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