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초록 바다 위 작은집 [제주 구좌 숙소 | 스테이빌레]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반짝이고 몽글거리는

여행의 기억


글ㆍ사진  고서우



골목길 안쪽으로 꽤 들어섰을 때였다. 마치 넓은 들판처럼 보이는 당근 이파리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이를 마주보고 있는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당근만 봐도 이곳스럽다고 이야기가 나오겠지?"

제주의 동쪽, 구좌읍에 위치한 숙소 '스테이 빌레'. 첫인상부터 그 위치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아기자기 해 보이는 삼각 지붕 아래에 서서, 주변 풍경을 한 번 둘러보다 문을 열었다. 캐리어를 현관 한 쪽에 두고, 실내화로 갈아 신자마자 신나서 거실을 돌아다녔다. 발 밑엔 콩자갈이 예쁘게 깔려 있었는데, 흔하게 보이는 바닥재는 아니어서 더욱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거실에는 두 계단 단차가 있었고, 아래쪽에는 소파와 TV, 위쪽에는 넓은 베드 두 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었다.



소파나 침대, 편안한 그 무엇을 골라 걸터 앉으면, 좌측 창문으로 아까 본 밭뷰가 한 눈에 보인다. 요즘 들어서는 제주의 오션뷰보단 밭뷰를 더 찾게 되는 내 마음이 이곳에서 잘 안주하는 듯 했다.


그렇게 물끄러미 창문 밖을 바라보다, 자리를 옮겼다.



'스테이 빌레'에는 통창의 자쿠지가 있다고 했으니, 그것이 가장 궁금하던 참이었다. 나는 침대 옆으로 난 문을 열었다. 바로 만난 것은 파우더룸이었고, 파우더룸 맞은편에 고대하던 자쿠지가 나타났다. 욕실은 그로헤, 발다마 등 하이엔드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물빛 위로 반사되는 햇살이 물의 일렁임을 강조해 주었다. 이내 빛은 사라져버리던 날씨였지만, 잠시나마 햇살 내려줌에 감사하며 물을 한가득 채워나갔다.



우리는 물이 채워지는 동안 자쿠지 안에서 마실 차를 준비했다. 주방으로 가니, 아담한 공간 안에 알차게도 들어있다는 인상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생수 두 병이 모자라서 정수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정수기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과 앉기 편안한 식탁이 가까이에 있으니 꼭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해 먹어야지 싶어졌다.


스테이빌레 예약하기

스테이폴리오 예약 혜택
① 숙박권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1만원 할인 쿠폰을 선물합니다.
② 2번 이상 이용 완료하면, 스테이폴리오에서만 예약 가능한 히든 스테이를 만날 수 있어요.



뜨거운 물을 찻주전자에 받아 들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자쿠지에 들어갔다. 두 종류의 차 중에서 향기가 좋은 레몬그라스를 우렸다. 준비된 입욕제까지 물 안에 함께 녹이고 나니, 코로 입으로 좋은 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향기에 내 몸까지 녹아드는 듯 평화로운 기분이 감돌았다.



자쿠지에서 얼마 간의 시간을 보낸 뒤에는, 아까 통창 너머로 보였던 핑크뮬리를 손으로 만져보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책 한 권과 다시 우린 차 한 잔만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부지런하게 공간을 구경하던 친구 손엔 폴라로이드 카메라까지 들려 있었다. 게스트를 위한 호스트의 선물이 숙소를 닮아 감성적이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핑크뮬리 앞에 서서, 핑크뮬리를 찍어주고 서로의 사진도 남겨주었다. 몇 장의 사진을 찍어가며 하늘에 구름이 걷혀가길 우두커니 기다려도 보았지만, 둥글게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저 구름은 아마도 오늘 안에 넘어가지 않을 모양이었다.



조용한 마을엔 밤이 일찍 찾아왔다. 어두워지려나 싶더니, 금세 새까만 밤이 되었다. 음악을 켜고 다시 한 번 자쿠지 물에 빠져 들어갔다. 낮보다는 물 온도를 뜨겁게 해서.


그대로 시간이 이어지듯 잠이 들었다. 푹 잤는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부터 떠졌는데, 호스트께서 준비하신 조식이 주방에 마련되어 있다는 문자가 왔다.



서둘러 가운을 걸치고 식탁으로 갔는데, 근사한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받아보는 아메리칸 블랙퍼스트였다. 


질깃한 치아바타 빵에 발사믹을 푹 적시고는, 짭짤한 소세지도 포크에 찍었다. 한 입 씩을 베어 물면서 구조를 보아하니, 벽 하나가 침실 쪽을 완전히 가로 막으면서 바깥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마치 마법의 통로처럼 보였다.



"좋은 생각이다.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환대 받는 기분!"


'스테이 빌레' 안에서의 기억들은 대체로 몽글거렸으며, 마음이 들떴다. 햇살 쨍한 사진을 찍어야지 다짐했던 대로 운명이 따라주지는 못 하였으나, 내 운명에 행복은 필히 있었다.


스테이빌레 예약하기

스테이폴리오 예약 혜택
① 숙박권 이벤트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1만원 할인 쿠폰을 선물합니다.
② 2번 이상 이용 완료하면, 스테이폴리오에서만 예약 가능한 히든 스테이를 만날 수 있어요.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곶자왈을 품은 명상 공간 [제주 조천 숙소 | 보스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