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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대적인 동굴 [제주 서쪽 숙소 | 월령CAVE]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선인장밭에 둘러싸인

원초적이고 모던한 스테이


글ㆍ사진  고서우



갓 운전을 시작했을 때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몰랐던 마을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졌었다. 그중에서 몇몇 마을은 특징이 뚜렷해서, 어떤 요소 하나가 마을 전체에 대한 공간기억을 불러오기도 한다.


예로, '선인장'하면 제주 서쪽 마을 '월령리'가 생각난다. 오래전 이 길을 지나칠 때, 길가마다 빽빽하게 자리 잡은 선인장이 특이하게 보였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궁금함에 차를 세워 '제주 선인장 마을'이라고 검색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하게 '당근'하면 '구좌'가 생각나지만, 나에게 있어 선인장은 식물원에나 가야 만나는 관상식물이었기에 식탁에서 자주 만나는 당근보다 더욱 특이함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처럼 '월령리' 첫인상의 여운은 길다.



제주 서쪽 숙소 '월령cave'는 선인장밭에 둘러싸인 숙소다.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이 없기에, 선인장밭을 사이에 두고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건축물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구석구석 바라보면 달리 치장이랄 것은 없어 보이는데도, 자연 속에 커다란 돌덩이가 무심히 쌓여 있는 듯한 모습과 이를 극대화하는 텍스처가 이 땅과 매우 잘 어울렸기에 오래도록 눈이 머물렀다.



또 가까이에서 보면 외벽 텍스처는 꼭 현무암의 거칠음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근래 들어 이렇게 깔끔하면서도 본연의 분위기는 잃지 않은 건축물을 꼭 찍어보고 싶었기에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차를 세운 뒤 내부로 들어갔다. 어딘가에 가면 항상 그 공간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조를 찜해두고 오는데, '월령cave'에서는 일찍이 파사드에서부터였다.



외관에 툭 튀어나옴 없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듯 걸음을 옮기면, 몸을 튼 자리에 현관이 있다. 이렇게 집을 지으면 날씨의 영향에서도 한결 자유롭고, 프라이빗할 뿐만 아니라 미관상으로도 아주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구조, 생각 잘하셨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기 전 뒤돌아 다시 한번 동선을 훑어보기도 했다.


문이 닫히고 내부로 향했는데 바깥에서 보이던 그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꾸며내려 하지 않은 듯 자연에 어우러지던 외부 모습과는 다르게, 내부는 모던하고 세련된 분위기와 숙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포근함을 통해 극도로 대비되는 감각을 주었다. 동시에 현관 앞 복도는 벽면이 라운드를 그리며 앞으로 길게 뻗어 있어, 외관을 통해 느꼈던 '자연 속 동굴'에 대한 연상을 강렬하게 이어갔다.



우리는 '월령cave'의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먼저 주방으로 눈이 갔다. 숙소는 시원스레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창을 아낌없이 구석구석에 두고 있었는데, 주방 옆으로도 시원하게 트인 뷰가 매력적이었다. 불멍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된 공간에서는 바비큐도 가능했다. 긴 식탁은 여럿이 오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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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서, 반 층 정도 차이가 나는 아래로 내려갔다. TV를 보고, 책을 읽고, 가지고 온 보드게임을 해도 좋을 공간이었다. 창문 밖에는 여지없이 선인장이 빼곡했고, 문을 열고 나가면 멀리 돌아가는 풍차도 보여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이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영장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다 보니, 실제 실내 수영장에 입장하는 듯한 기분이 충만해졌다. 이런 기분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지 않나?


복도에는 화장실, 샤워실과 심지어 워시타워도 마련되어 우리는 마음껏 즐기고 빨래까지 하고 가기로 했다. 



수영장은 밤에 더욱 아름다웠다. 낮에는 위에서 내려오는 볕과 폴딩도어를 젖혔을 때 보이는 햇살, 뷰가 예쁘기는 했어도, 색색의 조명이 켜지며 눈앞에 노을까지 보여주던 밤은 낮이 이길 수 없었다.



낮에는 오히려 2층에 있는 욕조가 답이었다. 돌담을 두른 가운데에 놓인 욕조는 그 모습을 자체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에 조금은 뜨겁다 싶을 정도의 물을 받아놓고 들어가 앉아 있으니, 몸은 뜨거워지는데 위로는 시원한 공기가 스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게 됐다.



방 두 개를 둘러보며 '월령cave'만의 색깔을 읽었다. 침실에 초록색 침구류와 노랑, 자주색 등 그리고 내부 벽에 전체적으로 입혀진 현무암 베이스와 함께하니 이곳은 '월령리' 그 자체가 되었다.


선인장은 계절마다 옷을 다르게 입는다고 했다. 초록색, 노란색, 자주색! 그 색채들이 한 공간 안에 모여있었던 거다. 



해가 지고 나면 이 색깔들은 어둠을 배경으로 더욱 짙어져, 이곳이 나타내고자 하는 정체성이 무엇인지 직접 느끼게 만들었다.



저녁을 차려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1박만 하기엔 많이 아쉽다. 적어도 이틀 밤을 보내며 1층과 2층에 마련된 모든 것들을 즐겨보고 싶어." '월령cave'를 모두 둘러본 우리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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