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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도시 : 노모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익숙하고 낯선

서울의 구도심


글ㆍ사진   변진혁


Nomore


연희동, 연남동은 알아도 연희동은 어렵다. 억지로 떠올려보자면 사러가마트나 캐릭터 강한 중화요리집 정도가 생각난다. 언덕배기 골목길을 따라 오르다, 다시 내리막을 내려가다보면 조금 낯선 분위기의 단단한 검은색의 문이 예약자를 기다리고 있다.



연희동에 위치한 노모어. 1층과 2층을 각각 나눠서 예약을 받고, 탁 트인 전망과 루프탑이 있는 2층이 좀 더 인기가 좋은 편. 당연히 눈치가 빠르지 않은 나로서는 1층을 겨우 예약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현관을 지나 부엌 겸 다이닝 공간, 그리고 간이 침실까지 하나의 긴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옆으로 침실과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다. 시원하게 뚫린 창이 벽면을 따라 이어져 있고, 거기서 들어오는 햇볕은 꽤나 기분 좋은 따뜻함이었다.



모노톤의 공간, 따뜻함을 더하는 원목 느낌의 가구들 그리고 액자처럼 보이는 맑고 커다란 창 밖으로 보이는 서대문, 연희동, 내부순환로의 모습. 근경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사실 별 것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만 멀리서 보면 빽빽한 아파트 마저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힘들게 찾아온 연희동의 어딘가. 익숙한데 낯선 서울의 모습을 움직이는 액자처럼 감상할 수 있다.



평면도에서는 리빙룸으로 표현하는 공간. 리빙룸보다는 간이 침실, 티룸 정도가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딱딱한 침대는 기대거나 앉아서 술을 마시기 좋고, 커다란 스피커와 여기저기 놓인 간접 조명은 조금 더 어두워지는 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문은 없지만 공간마다 큰 벽으로 구분되어 있다. 커다란 창이 뚫려 있어 답답하지 않다. 입체적이면서도 단편적이다. 말장난 같은 단어의 나열이 계속되는데, 노모어의 느낌이 그렇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노모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커다란 창과, 창을 테이블처럼 쓸 수 있는 높은 의자 때문이었다. 사진을 보자마자 '저기 앉아서 맥주 먹고, 커피마시면 꽤 멋있겠는데' 라는 생각부터 했고, 그래서 욕심이 났다.


기대한 만큼 좋았다. 한낮에도 좋았고, 노을지는 순간도 좋았고, 한 밤에도 좋았고, 해가 뜨는 순간도 좋았다. 덕분에 맥주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차도 꺼내어 마셨다. 액자가 예쁘니 무엇을 마셔도 좋았다. 마시는 행위는 핑계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서울의 구도심을 정말 좋아한다. 거침 없고, 낡았고, 기하학적이고, 통일성 없는 서울의 모습을 좋아한다. 연남동, 연희동 역시 그렇다.  길은 힙스터를 위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샛길로 빠지면 여지없는 구도심의 모습이다. 낮은 담장, 대중 없는 조도의 조명, 중구난방한 건물들의 모습. 노모어를 찾아오는 과정부터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모습까지. 모두 서울의 적나라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부엌. 사실 이런저런 스테이를 경험해도 부엌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 대부분 시켜먹거나 사서 먹다 보니, 아무리 예쁘고 잘 꾸며진 부엌이라 하더라도 나하고는 인연이 없다. 노모어 역시 그랬다. 아, 펠로우 스태그는 정말 좋았다. 집에 있는 브뤼스타가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비싼 물건은 이유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 깨달았다.


회백색의 바닥, 벽, 천장은 심심할 수 밖에 없다. 원목 느낌의 가구를 적절히 배치하고 황동 느낌의 조명을 포인트로 올렸다. 처음엔 그냥 그렇구나 싶다가 조금 지나면 그 가치를 느끼게 된다. 차갑고 세련되기만한 공간은 매력 없다.



침실. 공간이 크진 않지만 침대는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사이즈도 좋았고 침구류도 아주 좋았다. 침실에 별도의 에어컨이 있어서 조금 더운 날이었음에도 쾌적하게 잘 수 있었다. 스테이폴리오에서 큐레이션하는 스테이는 가만히 보면 간접 조명을 정말 잘 사용한다. 노모어 역시 그랬다. 침실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리빙룸의 간접 조명 역시 훌륭했다. 밤새 놀기 좋았다.


가을로 넘어갈 때 즈음이었다. 춥지 않을까 싶었는데 날씨가 좋았다. 다음날은 얘기하지 않겠다. 사진의 그 날만을 얘기하고 싶다. 예쁜 하늘이었고 적절히 잘 어울리는 꼬리꼬리한 서울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런 서울이 좋다.



파인 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한다. 예쁘고 유니크한 공간에서 일상과의 분리됨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노모어는 그럼에도 너무나도 일상과 근접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분리된 느낌이 분명히 있다. 조용한 연희동의 분위기 덕분일까, 오르막내리막 이어지는 위치 덕분일까.



매만져지기 전부터 있었을 것 같은 문도, 트렌드를 반영한 듯한 간접조명과 세로 TV도. 모두 튐 없이 공간에 잘 녹아있다. 과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노모어(No more)'라는 이름에 잘 어울린다.



욕실 겸 화장실. 어메니티는 기억나지 않는데 자연스럽고 은은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었다. 조금 좁게 느껴지긴 하는데 혼자 혹은 두 명이서 쓰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휴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사 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챙겼고, 연희동 근처(라기엔 사실 멀었다.) 좋아하는 가게에서 떡볶이를 시키고, 사러가마트에 있는 케그 스테이션에서 좋아하는 세종 맥주도 사왔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는 밤이었다.


책을 두고 사진을 찍으면서 '과연 나는 이 책을 오늘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생각한 이유가 있었다. 결국 보기는 했지만 이보다 며칠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여기저기 간접조명으로 채워진 공간은 특히 밤에 아름답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스피커 볼륨을 올리고, 좋아하는 술을 한 잔 따르고, 창밖으로 연희동의 저녁을 구경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삶이다 보니, 이렇게 낭비하면서 지낼 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파인 스테이의 매력이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불편하지만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은. 사치스럽게 영위하는 공간의 자유로움.



아주 많이 어두워졌고, 연희동을 지나 멀리 보이는 내부순환로까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래된 낮은 지붕의 건물들, 교회의 첨탑, 쉼 없이 노란 빛이 오고 가는 내부순환로. 그보다 멀리 보이는 오래된 아파트. 모두 다 적절히 서울을 설명하는 단어겠다.



식물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그런데 재주가 없다. 집에서는 영 쉽지 않다. 이렇게나마 아쉬움을 달래본다. 커다랗고 푸릇한 식물은 정말 예쁘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분위기가 잘 매만져진 바(bar) 같은 느낌이 있었다. 간접조명은 역시 위대하다. 덕분에 술 맛도 나고 늦게까지 놀기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꽤 많은 술을 마신 밤이었다.



발뮤다 조명, 무선 모기퇴치기, 마샬 스피커와 아이패드. 뭔가 이상한 조합 같은데 뭘 하나 빼기에는 또 아쉬운 모습이기도 하다. 같은 스피커임에도 집에서 들을 때와 이런 공간에서 듣는 느낌은 또 다르다. 재밌다고 생각했다.



밤 같지만 이른 아침이었다. 일몰을 보기 좋은 위치는 아니지만, 해가 떠오르는 순간은 느낄 수 있었다. 아침까지도 날씨가 좋았다. 벌레도 없을 것 같아 창문을 활짝 열고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조금 더 듣고,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꽤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질리지 않았다. 어두웠던 순간도, 해가 쨍하던 그 시간도, 보라색,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이 어우러지는 아침의 이 시간도. 노모어(No more)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 다시 생각했다.



Nomore Wander



거의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노모어. 이번에는 노모어 완더. 묵직한 검은색 대문을 열고 들어와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공간.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가 느껴진다.


1층과 2층의 차이가 얼마나 크겠어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꽤나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1층의 레이어처럼 나눠지던 벽은 찾아볼 수 없고, 조금 더 탁 트인 느낌으로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탁 트인 액자 같은 창은 노모어 완더도 다르지 않다. 다만 창의 구성이 다른 것도 재밌다. 1층의 노모어는 1/2/2개의 창문이었는데, 2층은 2/1/2개의 창문이다. 어떤 의도였을까. 나처럼 1층과 2층을 모두 경험하는 사람에게 덜 지루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을까.



옷걸이 겸 장식장은 에어컨 밑에 위치했고, 노모어에 있으면서 중요하게 사용될 다양한 물건들이 배치되어 있다. 피드백이 있었는지 창문 앞에 놓인 의자에는 작은 방석이 귀엽게 매달려있었다. 덕분에 오랫동안 앉아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엔 그냥 조명인가 했는데,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작지만 나쁘지 않은 음질이었고, 배터리로 작동하다 보니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듣기 좋았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동할 수 있는 스피커가 꽤 중요한 포인트다. 발뮤다의 예쁜 랜턴 형태의 조명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노란색 간접 조명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노모어를 향하면서 '오늘은 빌 에반스다.'라고 생각했다. 약간 쌀쌀해지는 가을의 무렵에서 쿨재즈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푸른색 자연광, 노란색의 간접 조명이 뒤섞인 공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단단하지만 편히 뒹굴뒹굴할 수 있는 소파 겸 간이 침대는 2개가 붙어있어서 꽤 여유롭다. 셀카놀이하기 좋은 커다란 거울과, 액자처럼 보이는 커다란 프레임 TV도 있었다. 허투루 고른 아이템은 하나도 없었다. 우디한 느낌의 가구와 소품들은 노모어의 따뜻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창문을 잠깐 열었다.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공기가 꽤나 다르다. 텁텁한 여름의 공기도 좋았지만,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가을의 공기가 역시 더 좋다.



반으로 접히는 라운드 테이블이 있었는데, 활용성이 아주 좋았다. 창가 앞에 앉아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기에도 좋고, 테이블을 완전히 펴서 다이닝 테이블로 쓰기에도 적당한 크기였다. 여러모로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배치하기 위한 고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 과감히 방충망도 걷어내고 투명한 공기의 서울을 잠깐 감상하기로 한다. 참 별거 없는 모습인데 왜 이렇게 시선을 빼앗기는지 모르겠다.



천장의 오래된 듯한 조명도 꽤나 멋스러웠다. 원래부터 있었는지 앤티크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선택한 기물인지는 모르겠으나, 광택 나는 나무 베이스에 반사되는 주광색 조명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예뻤다.



건식 세면대가 독특했다. 동그란 거울과 포인트 조명, 그리고 정면에 위치한 큰 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의 조합. 노모어의 채광을 즐기면서 양치질도 하고 손도 닦고 하라는 의미겠지. 화장실은 조금 작게 느껴지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어메니티는 프라마의 우디한 향으로 채워두었다.



낮은 조도의 침실. 코르의 침구와 홈웨어가 준비되어 있다. 촉감도 좋고, 가볍고, 포근하고. 침실 한쪽에는 테라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천장이 낮고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해서 움직여야 한다.



노모어 1층과 2층의 가장 큰 구분점은 테라스다. 2층의 침실에서만 올라올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탁 트인 시야는 마치 극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로 앞의 구도심부터 내부순환로를 지나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까지. 노모어 완더의 테라스에서는 시선에 거슬림 없이 연희동, 서울의 모습을 구석구석 감상할 수 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시선을 옮겨봐도 좋고, 녹색 방수 페인트가 칠해진 옥상이 몇 군데나 있나 세어봐도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테라스에서 놀 수 있다.

그래도 배고픔은 이길 수 없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와인도 사러 나갔다 왔다. 외진 곳에 있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근처에 편의점도 있고 조금만 더 나가면 이런저런 식당이나 가게도 만날 수 있다.



근처에서 배달시킨 고수가 듬뿍 올라간 라구 떡볶이, 바로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화이트 와인. 요즘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다. 맥주를 마실까 했었는데 테라스를 구경하고 나니 와인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늦은 저녁 시간이 기다려진다.



노모어 1층과 2층의 차이점은 테라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조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지만, 체감되는 느낌은 꽤 차이가 있었다. 1층은 좀 더 아늑하고 정돈된 분위기이고, 2층은 탁 트인 것 같은 개방감이 좋았다. 단지 테라스만 보고 2층을 선택하기에는 1층의 잘 매만져진 공간이 서운해할 것 같다. 두 층 모두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모두 경험해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와인잔을 들고 다시 테라스로 올라왔다. 의자에 반쯤 누워 앉아 와인을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해가 조금 떨어졌는데 덕분에 좀 더 예쁜 서울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테라스는 조명이 강하지 않다. 작은 간접 조명이 하나 있고, 그 외에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발뮤다 조명을 갖고 오는 정도가 전부. 채광이 좋아 낮에는 충분히 밝지만 반대로 밤에는 그만큼 충분히 어두워진다.


좌측, 우측 테라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테이블을 펴고 담요를 살짝 덮고 커피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피커도 없는 편이 좋겠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용하게.


음악을 틀지는 않았다. 해가 넘어갈 때 즈음의 시간이었고 정적인 창밖을 바라보면서 와인을 천천히 마셨다. 도시를 생각한다. 도시에 살면서도 도시의 내밀한 풍경을 바라볼 시간은 사실 흔치 않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원경은 현실감 없이 예쁘기만 하고 그림처럼 느껴진다. 우리 모두 도시에 살지만 시선의 높이를 다소 낮게 혹은 다소 높게 가져가기는 쉽지 않다. 그 지점에서 노모어 완더만의 매력이 완성된다.



예쁘게 노을도 떨어지던 날이었다. 서둘러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고 이제 음악을 조금 틀어보았다. 노랗던 하늘이 파랗게 덮이는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시선에 담아둔다.



맨날 지나치는 풍경이다. 복잡한 길을 걷고 하염없이 정체되는 내부순환로를 타고 이리저리 이동한다. 그 안에서는 그저 피곤한 삶이겠으나, 약간만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 치열함마저 예쁘다. 하나 둘 불이 켜지는 아파트는 커다란 도미노 같고, 저 멀리 원경으로 보이는 크레인의 모습은 비현실처럼 느껴진다. 노랗고 파란 조명을 따라 골목길로 시선을 옮기면,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동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예쁘게 느껴진다.


아파트의 조명이 예쁜 보케(Bokeh)가 되었다. 서울을 얘기하는 몇 개의 노래를 들었다. 꿈과 밤에 관련된 노래도 역시 몇 곡 들었다. 파랗던 하늘은 이제 깜깜해졌다. 시간이 늦었다는 소리다. 내려가기로 한다.



완전히 깜깜해졌고 노란색 조명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창문을 단단히 닫고, 스피커의 볼륨을 조금 높였다. 낮과 다른 모습의 노모어를 이리저리 돌아다녀본다. 몇 시간을 계속 있었던 공간인데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노란빛의 낮은 조도를 좋아한다. 그래서 유난히 노모어의 밤이 좋았던 것 같다. 시간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꽤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었다. 한없이 서울의 밤을 보게 되는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테라스를 올라갔다. 조금 흐렸지만 나쁘지 않았다. 밤과 다른 도시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잠깐 테라스로 나오니 서늘한 공기가 반긴다. 정신이 번쩍 들지만 금세 추워진다.



전날의 저녁과는 또 다른 파란색이다. 조명을 몇 개 껐다.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보다, 창밖을 보다 했다. 덕분에 커피가 아주 맛있게 내려지지는 않았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노모어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순간이다. 음악도 껐다. 창문을 열고 아침의 공기와 차분함을 잠시 즐긴다. 노모어를 나가기 전까지 저쪽의 나, 이쪽의 나는 명확히 구분된다. 그 잠시 동안은 온전히 쉼의 시간이다. 덕분에 잘못 내린 커피마저도 용서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다 생각한다.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심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만족할만한 휴식을 가졌다. 정말로 노모어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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