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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떠나는 여행 : 후미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루만 쉬고 싶던 날


글ㆍ사진   이형기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최근 2달. 회사도 회사지만 부캐들의 활동도 역대급이었다. 그중 제일의 하이라이트는 책이 출간된 것.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을 주셨던 분들도 직접 만나서 책을 드렸고, 책을 구매해 준 지인들과는 고맙다고 만나서 사인을 해줬다. 그 와중에 내가 가야 하는 행사나 전시도 방문해야 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영감을 얻는 것은 좋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 달에 한 번 쉬는 월요일 연차에는 정말 쉬고 싶었다. 현실을 벗어나서 아무것도 안 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지만, 현생이 바빴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대신 서촌 자락에 위치한 스테이폴리오의 한옥 스테이에서 하루를 보내면 내가 원하는 두 가지 목적을 다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다녀온 스테이폴리오의 한옥 스테이는 '후미진' 이다.



후미진은 스테이폴리오의 히든 스테이다. 스테이폴리오만의 관점과 기준에 따라 엄선한 공간이며 멤버십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스테이폴리오 스테이는 체크인을 바로 스테이에서 했지만 이날은 서촌 한권의 서점을 들르게 되었다.



한권의 서점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험 콘텐츠를 보여주는 서점이다.

이번 달에는 '나는 있어 고양이'라는 책을 선정하였다.



후미진에 스테이를 하러 왔다고 매니저님에게 말씀드리면, '서촌유희' 리플렛과 에디션덴마크에서 전개하는 A.C 퍼치스 티핸들의 드립백을 준다. 서촌유희 리플릿은 아래에 다시 설명할 예정.



바로 옆의 에디션 덴마크 쇼룸을 들른다. 왜 에디션 덴마크에 들르냐면, 바로 조식을 수령하기 위해서! 조식은 스테이 예약 시 옵션으로 신청할 수 있다. 체크인을 하고 조식을 수령해 이제는 정말 후미진을 향해 길을 나선다.



조용한 서촌의 도로를 지나 안쪽 끝에 위치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후미진의 입구에 도착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말 작은 마당이 나온다.


작은 마당임에도 돌과 낙엽이 쌓인 모습이 내가 일상에서 보던 장면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입장하면서부터 참 좋다는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후미진의 내부도 공간이 크지는 않다. 최대 2명이 시간을 보내면 딱 적당할 듯하다. 작은 공간이기 때문에 있을 것은 있고 없을 것은 없다. 사실 이날 간단하게라도 글을 써볼까 하고 맥북을 챙겨갔었는데, 책상이 없어서 그러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아쉬웠나? 아니다. 오히려 책상이 없어서 작업을 못했기에 휴식에 전념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침대의 매트리스와 이불은 포근했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마음의 안정을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휴식에 필요한 욕조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욕조를 통해 후미진이 지향하고자 하는 시간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테이블에서 작업은 하지 말고 욕조에 몸을 녹이며 오롯이 쉬라는 메시지가 나에게 들려왔다.



아까 한권의 서점에서 봤던 책도 읽을 수 있게 비치되어 있다.



이 외에도 휴식을 위한 디테일한 장치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성냥을 긁어 불을 붙이는 인센스 스틱과 절구에 빻는 약초. 이 약초는 주머니에 넣은 후 욕조물에 풀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화장실의 구조는 심플하지만 인테리어는 무척이나 깔끔했다. 어메니티도 처음 보는 브랜드의 제품이었는데 자연의 향이 느껴져서 일관된 결을 유지한 점이 좋았다.



향낭은 그랑핸드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 들어올 때 향이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는 브랜드의 제품이라 더 반가웠다.



한권의 서점에서 주신 서촌유희 리플릿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촌유희는 스테이와 개성 있는 가게들과 서촌의 걷기 좋은 골목길이 느슨하게 연결된 수평적 호텔이다. '한권의 서점'에서 체크인 키트를 제공하는데, 이 키트의 구성이 재미있다.



한권의 서점이 큐레이션 한 도서는 스테이에 비치되어 있었으며, 서촌유희 체크인 키트는 서촌의 골목길 풍경이 담긴 엽서, 서촌유희가 직접 선정한 장소로 제작한 지도, 서촌 가게들의 쿠폰, A.C 퍼치스 티핸들의 웰컴 티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행 준비를 하지 못하고 떠났다면 서촌유희 체크인 키트의 지도와 할인 쿠폰이 있는 가게를 보고 골라도 충분할 정도. 나도 이 동네에 오래 살았는데, 선택한 가게들이 모두 감도가 좋은 곳이라 믿음이 갔다.



와인 오프너를 꺼내서 와인을 오픈했다. 따로 와인잔이 있지는 않았지만 이날은 굳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음악을 들으며, 인센스 스틱의 향을 맡으며.



욕조에 물을 받아 심신의 피로를 푸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동안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못했던 영화도 한 편 보았다.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나에게 휴식을 선사했다.


나의 예상보다 훨씬 좋은 휴식이 되었다. 나의 심신 상태가 지쳤기 때문에 그랬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는 후미진이 보여주는 선택과 집중이 나를 휴식에 몰입시켰던 것 같다. 만약 테이블이 있었다면 나는 습관처럼 맥북을 열고 글을 썼을 텐데 테이블이 없으니 글을 쓸 수 없었다. 식탁이 있었다면 이것저것 사 와서 판을 벌였을 텐데 식탁이 없으니 간단하게 와인 한 잔에 안주 몇 개를 집어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한된 환경으로 인해 행동이 간소화되었고 그것이 좋은 휴식으로 이어졌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에디션 덴마크에서 받아온 조식 키트를 펼쳐보았다. 그냥 음식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가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서 크래커에 블루베리를 올려 간단하게 아침을 맞이했다.


과하지 않고 건강한 에디션 덴마크의 조식 키트도 생각해 보니 후미진에서 선사하는 휴식의 시간과 맥락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룻밤의 깊은 휴식을 마치고 광화문에서 서촌으로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삶의 에너지를 채우는 거리, 10분”



광화문에 사는 나에게 서촌의 후미진은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하룻밤의 여행을 떠나는 데 10분이 소요가 된 것이다. 무슨 10분을 떠나는 게 여행이 되느냐? 라고 물을 수 있다. 유튜브 영상 하나 보는 시간에 여행을 떠난다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날의 후미진은 여행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마당에서 현실과의 단절을 느꼈던 때부터 여행은 시작되었다. 집이라면 할 수 없었던 절구에 약초를 빻는 과정과 반신욕을 하면서 마시는 와인 한 잔과 영화 감상의 시간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플레이리스트와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도 나의 현실과는 달랐다. 이날의 여행은 물리적인 거리와 시간보다는 나의 일상과 얼마나 다른 환경을 경험하느냐였던 것이었다.


이렇게 하나 또 나만의 관점을 하나 획득했다. 이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광화문에 사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서촌의 한옥들로 떠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날의 영감을 간직해서 다시 한번 10분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후미진

서울특별시 종로구 누하동 155-5

체크인 : 16:00
체크아웃 : 11:00


한권의 서점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24


에디션덴마크쇼룸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24 1층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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