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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마을의 제주다움 : 우주오리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일상을 일으켜 세우는

영감과 기운을 얻다


글ㆍ사진   김대연



우주오리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예술 마을에 위치해 있다. 저지리 예술 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동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예술적인 제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주오리는 문훈 건축가의 작품이다. 처음 건축물을 맞이했을 때 우주오리라는 직관적인 스테이 네이밍이 인상적이었다. 그 담백한 어감이 생경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요즘의 경향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을 걸어 들어가면 보이는 웅장한 금색 오리의 머리 부분이 숙소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우리가 묵었던 방은 Cosmo room. 늦은 체크인을 한 터라 도착 후 분주히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으로는 근처 한림수산시장에서 포장해 온 제철 회를 먹기로 했다. 우주오리에서는 건축주가 엄선한 LP를 만나볼 수 있었기에, LP에서 천천히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식사를 즐겼다.



턴테이블에는 애정하는 Cigarettes after sex의 LP가 올려져 있었다. 잔잔하게 틀어 놓은 음악과 함께 하는 기분 좋은 저녁.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함께 곁들인 와인도 이 시간의 풍미를 더해주었다.


둘이 식사하기에 충분한 구성을 갖춘 식기류도 감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크게 한몫했다. 간혹 불충분한 식기류로 인해 포장 용기를 그대로 테이블에 올려 먹을 때가 있는데 우주오리는 그렇지 않았다. 편안하고 풍부한 차림이 가능하다. 이 역시 건축주가 의도한 이곳에서의 머무름 방식일 것이라 이해했다. 



Cosmo room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공간 중 하나는 욕실이었다. 긴 복도 형태의 공간을 갖춘 욕실은 넓고 쾌적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알맞았다. 목욕과 샤워만 하기에는 넘칠 정도로 넉넉한 규모, 여유롭게 사색이라도 즐기고 싶은 욕조, 그리고 이 공간과 마주하고 있는 돌담. 공간과 풍경의 모든 요소가 제주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늦은 시간까지 LP에서 흐르는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우주오리는 다행히 세대 간 간격이 넓었기에, 주변에 불편을 주지 않을 만큼 적당한 볼륨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스테이 공간이 머금은 향기와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분위기에 한껏 취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일상을 지내면서 잃어버렸던 감성이 다시 끓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래를 듣다 이곳에서 준비해준 빔프로젝터로 좋아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감상했다. 신기하게도 드라마를 보는 시간마저 남다르게 느껴졌다. 집에서 얻는 영감과 이곳에서 얻는 영감은 깊이가 달랐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여행의 중요성을 입이 닳도록 언급하는 것일까. 예술가의 마음을 조금쯤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침실 뒤편 전용 테라스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저지리 마을은 제주 산간 지방에 자리한 편이다. 자연과 무척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공간에 머무르다 보면 여러 종류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도시에서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떠야 하지만, 시골에서는 은은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뜰 수 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이런 경험이야말로 자연과 가까운 시골 마을에 숙소를 예약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아침의 Cosmo room은 저녁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저녁에는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공간은, 아침이 되니 통창 너머로 환한 햇빛이 들어와 활기 넘치는 장면을 자아냈다. 아울러 새로운 하루의 시작도 우주오리에서 선곡해 준 LP의 노래로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준비된 캡슐 커피를 한 잔 내려 테라스로 들고 갔다. 테라스에서 멍하니 의자에 앉아 흩날리는 잎사귀를 보고 있자니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허나 이런 순간들을 일상에서 꺼내 보면 큰 힘이 될 것임을 안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 하고 차분히 정돈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의 일정도 계획해 두었다. 스테이가 위치한 제주 서쪽에서 진행하는 요가 프로그램을 예약해 놓았던 것이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싶은 여행을 위해 선택한 일정. 우주오리에 방문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해 보는 것도 제주 여행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요가를 위해 체크 아웃을 해야 할 시간. 아침에 만나는 우주오리의 외관은 여전히 빛나고 웅장했다.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버거웠던 시기에 다녀온 우주오리. 비일상적인 하루를 선물해준 우주오리에서 좋은 영감과 기운을 얻어, 일상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워보려 한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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