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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주는 온전한 휴식 [고성 숙소 | 삼박한집]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굳이 잘 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돼!


글ㆍ사진  신재웅


여행이란 키워드를 보다 보면 웰빙부터 욜로, 휘게, 칠링 등 저마다 시작점과 뜻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 종착지는 결국 나에게 주는 여유와 행복 속에서의 집중된 시간인 듯하다. 나에게 집중하고 쏟아부어 내는 에너지뿐 아니라 공간이 제시하는 컨텐츠 또한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 이틀의 주말을 통해 삼박한집이 건네주는 여유로운 쉼과 어메니티들은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



삼박한집은 호스트의 어린 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경험했던 추억을 공간에 녹여내어 완성된 스테이라고 한다. 이 스토리를 알고 공간을 즐겼을 때 오는 무드와 감흥이 무척 좋았다. 옛 생각도 나고! 내가 지낸 룸은 ‘대(大)105’이고 양옥 쉐잎의 외부이지만 내부는 붉은 컬러의 서까래와 기둥으로 멋을 낸 고즈넉함이 있는 한옥의 공간이다.  



사장님의 친절한 안내와 함께 키를 건네받으면, 문자로 자세하고 세세한 안내 메세지를 보내주신다. 정말 꼼꼼하게 보내주심에 감동을! 룸 안에 들어가는 순간 사진에서 봤던 고즈넉한 공간을 마주하고는 나도 모르게 '대박'이란 말이 나왔고,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재즈와 코를 살랑살랑 만져주는 편백나무향, 따뜻하고 기분 좋은 집의 향기가 나를 반겼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한가족이 들어가 즐길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대형 편백 히노키탕과 그 위로 자리한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조명. 마치 이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듯했다. 대체로 원목 특유의 따뜻한 무드가 꼬옥 감싸주는 느낌이 뭐랄까, 새로운 곳에 놀러 왔다기보다 원래 알던 좋은 곳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식탁에 놓인 웰컴 선물과 감성 있는 엽서에 담긴 소소한 메시지는 사소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 오는 게스트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포인트일 것 같다. 또한 이곳에 오기 전부터 많은 포스팅과 피드에서 보았던 '삼슐랭가이드'라는, 얼핏 고서 같은 이 책은 호스트께서 숙소 주변 로컬 맛집 등을 정리해 놓으신 마치 족보 같은 책이었다. 로컬 무드를 잘 모르는 타지에 쉬러 오는 게스트들에게 이처럼 세세한 배려 가득한 안내서는 생각보다 더욱 유용하고 좋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침실보다 호기심이 갔던 공간은 작은 다락방 같은 곳이었다. 주방 옆 복층으로 되어있는 공간으로 올라가면 다락방 감성의 작은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은 시골집에 놀러가 인형과 장난감을 숨겨 놓았던 감성과 무드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듯했다. 누하스 안마의자에 앉아 TV를 시청할 수도 있고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는, 프라이빗하고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왠지 가족 단위로 오면 아버님들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햇살이 점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공간의 무드는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 테라스 창을 활짝 여니 커튼을 가볍게 들추며 흘러드는, 차가우면서도 기분 좋은 바람과 새소리를 소파에 앉아 느낄 수 있었다. 무척 낭만적이고 편안한 멍타임을 가지게 됐다. 전통 창호 느낌의 미닫이문을 열면 침실이 나오는데 커넥티드 블랭크 매트리스의 킹사이즈 베드와 싱글 베드 구성의 트윈베드가 마련되어 한 가족이 충분히 포근하고 아늑하게 보낼 수 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독립적으로 분리된 형태였다. 화장실에는 에티켓 벨이 섬세히 설치되어 있고, 샤워실에는 분코와 이솝으로 구성한 어메니티가 진열돼 있었다. 특히 세면대 앞에 비치된 TWB 핸드타월과 이솝 핸드워시, 그리고 종류별로 진열된 이솝 룸 스프레이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삼박한집을 즐기러 오는 게스트들의 마음을 들여다봤던 것일까. 이런 세심한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이 세세함은 키친룸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루에 다 못 먹을 만큼 넉넉한 티와 캡슐커피, 드립백 그리고 냉장고에 가득했던 음료, 요거트, 로컬 주류까지 대체 어디까지 감동을 주시려는 건지! 놋담의 고급스러운 유기 수저 세트와 함께 웬만한 가벼운 요리는 모두 가능하게끔 집기가 준비되어 있다. 식탁을 중심으로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어 TV 시청과 영화 감상,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도 즐길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1박만 머물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다. 



테라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바다 멀리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마주하고 새소리도 들으며 잠시 쉬고 있으니 잠이 솔솔 왔다. 저녁을 무엇을 먹지 고민하다가 삼슐랭가이드에서 소개하는 생선구이 맛집으로 가서 식사를 하고, 또 해변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음미하니 고성의 로컬 무드를 한껏 즐김과 동시에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되어 편안했다. 



밤이 되니 또 다른 따뜻한 무드의 공간이 반겨주었다. 코지한 음악을 빔프로젝트로 켜놓고 편백향 가득한 히노키탕에서 반신욕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니 이보다 더 개운할 수 없다. 삼박한집에서 제공하는 TWB 배스로브를 입는 순간 잠이 스르르 왔지만 이 밤을 이른 잠으로 보낼 수 없기에, 맥주로 다시 나를 깨워냈다! 정말 하루만으로는 아쉬운 곳임에 틀림 없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도 즐기고 잠들기 전 푹신한 침구에서 책을 보며, 집에서 누리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집중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기분 좋은 햇살에 눈이 떠지는데 몸이 너무 가벼웠다. 고급 침구도 한몫하면서도 전날 히노키탕에서 즐겼던 반신욕과 잠들기 전 했던 독서가 꽤 만족스러웠나 보다. 전날 사장님께서 문자로 안내해주신 대로 두유와 제주에서 온 그래놀라 시리얼을 소파에 앉아 아침 바람 살랑살랑 맞으며 먹었는데 이 짧은 시간이 참 힐링이었다. 퇴실하기 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고성 하늬라벤더팜에서 제공하는 티로 마음을 다독이며 삼박한집을 나왔다. 



그 이름처럼 3일을 온전하게 보내도 좋을 만큼 공간의 동선이나 제공되는 어메니티가 정말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공간이었다. 주변의 관광지나 맛집, 봉포해수욕장을 걸어서 볼 수 있고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천진해수욕장의 컨텐츠까지 가까워 삼박한집은 하루만 머물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이나 다른 스테이가 건네주는 감성과는 차별화된 공간에서, 나에게 비일상 같은 일상을 선물해준 것 같아 만족스러우면서도 더 즐기지 못해 아쉬운 시간이었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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