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날
두 딸들이 오기로 한 날이었다.
이미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은 터라
함께 점심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남편의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딸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도.
자동차 바퀴가 펑크 나며 사고가 났고
차는 완전 망가져 폐차 처분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집 안의 공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걱정으로 조여있던 마음이 풀리며
마치 잔칫집처럼 환해졌다.
남편이 말했다.
"잃을뻔한 자녀들을 다시 얻었으니
이 보다 더 큰 잔칫날이 또 있겠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는 속으로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 일 없이 무사한 평소의 날들은
왜 잔치가 아니었을까?"
곧 알 것 같았다.
시간이라는 관념을 내려놓고 순간순간을 살 때에만
삶은 잔치가 된다는 것을.
칠팔십을 넘어 이제는 백 년을 이야기하는 생,
잘 살아야 한다는 그 무거운 관념과 부담감이 오히려
순간의 싱그러움을 조금씩 소진시켜 왔다는 것도.
사고 후,
운전대를 잡고 침착하게 대처한 딸이 말했다.
"엄마가 늘 말하던 '지금 여기'를 그 순간에 정말 느꼈어"
하루 사이에 달은 차고 기운다.
햇살과 바람은 매번 다르고.
숨은 들어오고 나가며 새로워진다.
미세한 감정과 생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진다.
온 천지는 지금도 생명의 흐름으로 가득하다.
오늘처럼,
순간순간의 생기 나는 삶을
고요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