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삶
지난 주말, 여고 동창들을 만났다.
어느새 50년 지기의 그녀들이다.
굽이굽이 격랑의 세월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도착한
얼굴들이 참으로 정겹고, 하나 같이 존경스럽다.
공원 산책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하던,
카카오 택시 안에서였다.
한 친구가 말했다.
"난 자식들 고생시킬까 봐 오래 살고 싶지 않아"
공감이 오가는 사이로 내가 조심스레 말을 보탰다.
"난 나이가 들수록 젊은이가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을 지닌 존재로,
서로를 나누는 삶이면 좋겠어."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들이었다.
나는 슬며시 내 마음을 꺼내 놓았다.
어떤 경우에라도 나를 놓지 않겠다는 것,
내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갈고닦는 책임을 끝까지 지고 싶다는 말.
헛헛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나 자신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고,
다정한 연인이 되어주고 싶다고…
우리 모두는 한 사람 안에 아이와 어른과 노년이
공존하고 있음을 안다.
그 셋이 서로를 존중하고 기꺼이 즐거워할 때
한 사람이 비로소,
자기 삶을 온전히 피워 낼 수 있음도.
그 조화와 균형이 무너질 때,
가정과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워지는지 뼈아픈 삶을 통해 충분히 배웠다.
삶 만한, 공부가 없음에 늘 놀라고 감사한다.
아이와 어른과 노년이 튼튼하게 공존하는 삶,
나는 그런 풍요를 꿈꾼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빛나는 노년의 정체가 무엇일까?"
사회가 정해놓은 나이의 경계에 갇히지 않고
아이처럼,
무한의 우주와 연계되는 일이라는
깊은 울림을 듣는다.
마침, 아이와 낙타 그리고 사자의 시간을 지나
다시 아이로 거듭나야 한다는
니체의 음성이 조용히 겹쳐진다.
심연 깊은 곳,
고요와 침묵의 제단에
꺼지지 않는 향불 하나를 가만히 밝히는 영혼
나는 그런 노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