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버리고 그 변화를 겪은 사람에게만 가능해지는 것들이 있다. 영화로워질 거라는 바보 같은 소리는 말고, 불안으로 인한 떨림이 희망의 떨림이라고 믿어서도 안돼.
사실 너도 그게 아니란 걸 잘 알잖아.
넌지시 다가온 바지런한 마음에게 전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전하지 못했다면 마음속에 묻어둔 말은 무엇일지. 그건 나조차도 모르는 것 같아.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기억의 가변성에 대하여 말할 수 있다면 이 휑뎅그렁한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바닥의 모습이 더러워서 떠났다기보다 바닥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할 거야. 흰 동그라미를 품은 듯 달려도 사실 그건 검고 검은색이거든.
한 무리 사이를 오가는 정확하지 못한 그 수많은 밀담이 불행이 되어 네 삶 속에 오소소 쏟아지는 날이 올지도 몰라. 그러니 딱 알맞은 정도에 뉘우침이 있어야 하는걸.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우리 사이에 다시 조금의 바람이라도 불기를 원한다면, 우리를 가로막은 수많은 감정들을 뒤로 하고 평생 끊지 못할 계약을 하는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