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알기 위해 네가 어떤 고통스러운 일을 겪어야만 했는지 알 것도 같아. 너 스스로가 공동 같다고 치부하던 네 감정들이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차마 전하지 못했어. 사랑에 여유라니, 난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 지금도 그 두 개의 단어를 같이 발음해 본다는 건 내게 있어 너무 버거운 일이야. 네가 나의 말을 마음으로 보는 일을 즐겨 하던 때 느꼈다던 나의 마음들이 비단 진실한 것들만은 아니었는지도 몰라. 난 아직도 자꾸만 가을을 기다리게 되고 그 기다림 끝엔 어김없이 네가 오잖아. 동화에서 현실로, 설렘에서 괴로움으로. 내가 너 아니면 이 가을에 괴로울 일이 어디 있겠니. 마음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내 생각을 들켜버리고 그것에 따라 미움을 얻게 된다는 것을 믿기 싫었던 때, 무엇보다 서로를 애고하던 그때, 개구리 울음소리가 내 자장가가 되어주던 그때, 네가 내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먼지들처럼 수많은 모습으로 존재했을 때, 그 불안하고도 정확히 사랑하던 그날들 속에서 우리는, 어두운 밤 허공으로 날아오른 사슴의 빛나는 눈을 봤잖아. 그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