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매달린 검은 줄을 보며 힘들지 않냐 물었어, 뻔한 질문에 버금가는 뻔한 대답이 돌아왔을 땐 누구도 그 자리에 있지 않았지, 가라앉아버린 말들은 언젠가 떠오를 날을 기다린다고 했어,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 세상에서 그 언어들이 어떻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겠니, 결국엔 그것들이 이 세상에서 잊혀질 거라는 걸 서로가 알고 있었어, 짙은 회색 길을 걸으며 쌓았던 믿음들은 다시 짙은 회색 길에 내리 앉는 햇빛처럼 아무 쓸모 없어지는 일이야, 그 위를 밟아대는 수많은 발자국들과 수많은 움직임들이 우리 흔적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불만을 품지 말라고 말하던 이들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났어, 지키지 못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을 소상히 구분할 수 있을까, 구분한 후엔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정해야지, 이제 와서 흘리는 눈물이 못내 가엽다면 우리 그 눈물을 모아볼까, 가장 아름다운 꽃에게 그 눈물을 바치자, 아름다운 꽃이 더 아름다워진다면 우리 그때에 마음의 짐을 거두어도 될 거야, 그러니 늦은 밤 베개에 그 의미 있는 눈물을 적시는 일은 그만해줘, 다시 볼 수 없는 지구의 뒤편에 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