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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TRUE Oct 22. 2017

대숲의 기억

대숲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 한들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추던 번다한 약속들, 사랑의 분깃을 두 손 가득 쥐여주려고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던 일, 삶에 있어 그 순간이 가장 중차대하다며 노심초사하던 두 사람, 하늘로 길게 뻗은 나무 위에 걸쳐진 구름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간청하던 순간, 서로의 가슴을 잇대고 온기를 나누면 마음도 나눌 수 있다 여기던 뻔뻔함, 희망을 잡기 위한 큰 실수였음을 모르고 기뻐하며 매 순간 행복해지기 위해 매 순간에 실망하던 시간들, 누구도 우릴 이해해주지 않았기에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증오하게 됐던 일, 어째서라는 말이 우리 사이에서 금기어가 되어버린 날, 무책임한 위로라도 필요했던 우리의 그 시간들에 대해 누군가는 알아차려야 했어, 하루하루를 버린 게 아니라 새로운 하루하루를 얻어 살아갔던 거라고, 가장 역겨운 일은 대숲에서의 일들을 잊은 체 살아가야 한다는 거, 그때 조금 더 알았다면 지금 덜 힘들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지독하리만큼 습관적인 삶의 거짓들, 자기모순을 깨닫지 못하는 우매함, 오직 자기 욕망만을 원하는 추한 모습, 속은 새카만 상황이면서 세상 문제없는 척, 자기 모습을 알고 있다면 입 다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지, 이 모든 걸 잊을 수는 없을 거야 그럴 일은 없을거야, 모든 게 멈춰야 해 그 약속 하나만 남고 모든 게 멈춰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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