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나부끼던 초록의 잎들은 시퍼렇게 돋아난 희망이라 했다 실은 그게 아닌 미련이라 하자 미처 품지 못한 사랑이라 하자 밟으면 부셔저버릴 마른 잎들이 바람에 의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나도 그 잎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가지 말라고 붙잡아도 변해버리는 초록의 잎들아 우리의 머리 위까지 내려앉은 슬픈 햇살아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비단 너희의 계절뿐만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거야 여름을 가지런히 쌓아 놓고 기도해 그 위에 다시 가을을 차곡차곡 모으고 확실치 않은 겨울을 떠나보내기 위해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