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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TRUE Nov 27. 2017

새벽의 기적

그 얼마나 숱한 날을 괴로워했는지.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개탄하며 자책하는 또 다른 괴로움. 결국엔 내 잘못임을 인정해야 할 때, 나는 그것이 못내 서러워 숨죽여 울었다. 뜬 눈으로도 세상을 보지 못하던 때, 나는 정확히 혼자였다. 모두에게 다르게 주어지는 시간이, 나에겐 무책임한 죄의 원인이 되었다. 그 시간에 대하여 궁금해하는 이 하나 없었고 그 내막을 제대로 아는 이 또한 없었다. 알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따금씩 가슴께를 누르던 그 거대한 덩어리는 어디서부터 탄생되었을까. 그 덩어리의 어미는 어디로 간 것인가 궁금해졌다. 시린 공기를 가르며 손을 비벼대던 겨울 날에 그 덩어리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는 세상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그 사람이 남긴 흔적 또한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곧게 뻗어있던 잔가지들을 쳐내면서 나무는 더 곧아져 간다 했던가. 그것은 슬픔이었다. 제 살을 깎는 고통이었다. 가시는 있지 않아도 될 곳에 생겨버렸고 주름은 내가 사랑하는 곳에 일찍이도 자리 잡았다. 흰 꽃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희망 없는 희망을 알려준 이를 기억하고 싶었다. 믿을 수 있는 거짓이었기에 그 거짓을 한동안 품고 살았다. 높은 곳에 올라 찬 공기를 마셔댈 때,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내 맘을 위로했다. 고요함을 깨트린 울음소리가 실은 내 울음소리임을 깨달은 순간 나는 허공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내 몸이 당최 땅으로 떨어지질 않아서 공중에서 춤을 추듯 발버둥을 쳤다. 아름다웠다. 그때, 내 것이 아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발아래를 보았다. 가로등 아래에서 한 여인이 몸을 구부린 채 울고 있었다. 나는 그때야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내가 죽고 다시 사는 첫 번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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