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의 『입속의 검은 잎』 에 실린 시 「질투는 나의 힘」을 바탕으로 쓰인 이 영화는 한 청년에게서 피어난 질투, 자신과 비교 대상과의 충돌과 더불어 그럼에도 그 사람과 공생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어딘가 모르게 아슬아슬하고 불안해 보이는 소심한 청년 원상(박해일)은 자신의 애인을 빼앗아간 유부남 윤식(문성근)의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러나 원상은 새로 알게 된 여자 또한 그에게 빼앗겨 버린다. 그럼에도 윤식을 향한 그 어떤 행동도 발현시키지 못하는, 오히려 증오가 아닌 동경의 감정을 느끼는 원상은 다소 답답한 인물이다. 영화는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윤식과 원상이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사회 속의 한 청년인 원상이 가지고 있는 결핍들이 사회화된 윤식에겐 없기에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소심하고 순박한 원상이 여자의 문제 뿐만 아니라 자신과 정반대되는 윤식을 비교 대상으로 삼게 되고, 그 점이 질투의 힘을 키우게 되는 데에 기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상에서 이 힘이 뚜렷하게 발현되어 나타나진 않는다. 도대체 왜 원상은 자신의 것이라고 그 무엇도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했을까.
청년기에 경험하는 사랑과 사랑과의 끊임없는 충돌. (어쩌면 욕망과 사랑과의 충돌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사람과도 충돌할 수밖에 없는 역학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충돌 또한 윤식은 인지하지 못하는 원상 혼자만의 충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한 청년이 이 관계 속에서 더욱 무기력한 존재가 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의 방향이 달라질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 다소 우스꽝스럽고 추잡해 보이기도 하는 이야기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청년기의 관계에서의 숱한 충돌, 그로 인한 균열에 따른 주인공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섬세함이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