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사건이, 왜 남은 삶을 변화시키는 걸까. 성격부터 시작해서 그 사람이 지닌 분위기, 생각의 변화까지. 인생에 있어서 사라진 것들,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갖는 우리는 그것들을 품고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가.
내가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 나를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 준 나를 오히려 다시 감싸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다. 상처를 지니고 있음에도 남을 품어줄 수 있는 사람. 이 영화에서 혜화가 내게 그런 사람으로 다가왔다. 믿음이 단단한 관계에선, 그게 아니라면 이해력의 깊이가 깊은 관계에선 상처의 크기가 비교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서로서로 보듬어주고 이겨내 살아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