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

by STAYTRUE


좋은 사람 같았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재미있는 농담을 던지며 나를 웃게 했고 대화도 잘 통했다. 하지만 난 그의 반짝이는 눈은 잘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그가 나에게 드디어 데이트 신청을 하였다. 설레기도 하는 것이 오랜만에 한껏 치장을 하고 나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기다리는데 멀리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내 눈에 확실히 들어오게 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예상대로 그는 내게 그 꽃다발을 건네주었고 곧바로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만 했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이라면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고. 식사를 마치고 나는 그 꽃을 계속 보기가 역하여서 내가 앉았던 옆 의자에 올려두고 나왔다. 함께 길을 걸어가다가 그는 내 손을 잡았고 그의 온기는 따스했다. 나의 집 앞에서 그가 내게 고백을 했고 나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가면서 그가 내 뒷모습을 너무 유심히 보진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는 그에게 우리 한번 만나 보자고 답을 했다. 그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연인이 되고 나서의 첫 만남에서 그는 또 꽃을 선물해 주었다. 이번엔 안개꽃이었다. 나는 그것을 예쁜 꽃병에 담아 화장대 가장자리에 놓아두었다.

그렇게 나도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듯했지만 상황은 악화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를 만나며 보낸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체를 감당하지 못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내 안에 남아있는 그 사람의 잔상을 감당하지 못 했던 것 같다. 난 두 사람의 모습을 구별할 수 없었고 이름도 잘못 부르곤 했다.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는 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지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였다.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오래전 떠난 그 사람이 좋아했던 비가 오던 날, 나는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마음이 아팠다. 이 사람이라면 내 지난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는 나를 붙들고 한참 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나를 놓아줄 때까지 나는 기다렸다. 지쳐 앉아있는 그를 두고 나는 그곳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늘 나를 위해 흰 튤립을 선물해 주었던, 나를 떠난 그 사람에게 새하얀 튤립을 사서는 찾아갔다. 그가 묻힌 그곳을 끌어안고 왜 나를 두고 갔냐며 주저앉아 울었다. 엎드려 우는 내 등위로 수많은 비가 쏟아졌다. 나를 때리는 빗방울들이 꼭 그가 같이 우는 것만 같아서 나는 더욱 서러워졌다. 오늘은 그의 일곱 번째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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