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WAY2GO 영광

정답과 해답의 경계(3)

피피섬 조난 사고 현장에서

by Surelee 이정곤


“통통통…”

태국 크라비의 아오낭 해변, 다섯 여행자는 이국의 풍경을 가볍게 호흡하며 롱테일보트를 탔다.

햇살은 여유로웠고, 피피섬으로 향하던 바다는 정답처럼 맑았다.

‘이 하루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겠지.’

그렇게, 또 하나의 계획된 기억을 향해 배는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하지만 귀환길, 해답이 필요한 순간이 시작되었다.

바람이 거세지고, 파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엔진은 낮고 둔탁한 소리로 경고하다가 마침내 침묵했다.

배는 멈췄고, 구조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망망대해,

그 속에서 마주한 것은 파도보다 더 거센 마음의 흔들림이었다.


선장의 ‘정답’, 그리고 그 너머


선장은 전문가다.

그의 손놀림에는 수많은 항해의 경험이 깃들어 있었고,

그의 판단에는 배를 다룰 줄 아는 정답이 배어 있었다.

엔진에 물을 붓고, 시동을 걸어보고, 닻을 내리는 일련의 동작들이 1시간 동안이나 반복됐다.

그건 단순한 기계 조작이 아니라,

삶의 기술이자 두려움을 다루는 의식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날 바다는 정답으로만 다가설 수 없는 존재였다.

정답은 과거의 통계와 기술을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조난의 순간은 늘 새로운 문제를 던진다.

그때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그 상황을 품어 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해답의 태도였다.

선장의 손놀림이 예수의 기도처럼 보였던 것도

그가 단지 기술자가 아니라

마음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조난은 상황이 아니라 내면의 붕괴다


바다는 배만 뒤흔든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먼저 무너졌다.

온몸은 젖었고, 떨림은 멈추지 않았지만

정작 깊이 무너진 건

후회와 그리움으로 얼룩진 나의 마음이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랑을 다 전하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정답의 한계, 해답의 시작


그날의 바다에서 깨달았다.

우리는 수많은 정답을 배우고 훈련받는다.

하지만 정답은 매뉴얼일 뿐,

진짜 삶은 정답을 넘어서는 순간에 존재한다.

조난은 그저 예외적 사고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해답을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포기하거나, 회피하거나, 감정을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마주 보고, 버티고, 마음을 지키는 일.

선장의 끈질긴 손놀림은

기계의 작동을 넘어서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었다.

“당신은 이 순간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바다에서 돌아오며


결국 엔진이 다시 살아났다.

기적 같았다.

그 진동음은 단순한 기계의 소리가 아니라,

희망의 박동처럼 들렸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살아야겠다’는 감각이

그 소리와 함께 내 안에서 되살아났다.

우리는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날의 두려움과 함께 돌아왔다.

그날의 파도는 여전히 내 안에서 출렁인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 출렁임이야말로

이후의 삶을 다르게 살아내기 위한 해답의 전조였다는 것을.


다시 살아낼 용기


정답은 방향을 주지만,

해답은 존재를 만든다.

선장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덕분에

다시 살아낼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

그날의 조난은 끝났지만,

내 삶은 아직도 항해 중이다.

이제 나는 정답보다 해답을 따라 나아가려 한다.

거센 파도 앞에서도,

다 이루지 못한 삶의 여정에서 도,

포기하지 않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