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법

독서는 인내를 낳고

by Surelee 이정곤

나는 독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공부도 그저 그랬다.
세상이 그토록 열광하는 만큼, 나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내가 너무 일찍 깨달은게 있다.
독서란, 인내를 읽어내는 행위라는 사실이다.
책갈피 틈에서 방황하는 집중력, 문장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상상력,
문맥을 따라 끝까지 걸어야 하는 고요한 고행...
게으른 나에게 독서는 마치 오르막길에 걸친 무거운 외투처럼
덥고, 무겁고, 도무지 벗어던지고 싶고,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충동이었다.

나는 열등하지 않으려 학교에 다녔으나 그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등과 열등이 피터지게 싸우고, 끊임없이 짓밟고 조롱하는 광장이었다.
짧은 독서가 열등한 지식(知識)을 잉태하고, 미숙한 지식은 침묵의 상상력을 낳게 된다. 이것이 무학의 통찰로 발화하는 과정이다.
그래서였을까.
나의 고유한 열등은 자꾸만 요술같은 꼼수를 부렸다.
결국, 그 꼼수는 ‘무학의 통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환생했다.
말하자면 나는, 그저 그렇게 살았다.

믿거나 말거나,
신은 가끔 게으른 자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신다.
무모한 상상과 얄팍한 회피가 모여
특별한 능력 하나쯤은 허락하시는 듯했다.
열정 대신 버티는 법을, 지식 대신 지혜의 감각을, 노력 대신 직관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그들이 부리는 꼼수는
때로는 기발한 창의력으로,
때로는 비정형의 직관으로 환생했다.

나는 여전히 책장을 넘길 때면, 숨이 찬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책이란 결국, 인내를 배우는 최고의 도장이다.
나는 오늘도 한 줄을 읽는다.
인내는 느림의 다른 이름이고,
느림은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느리게, 꾸역꾸역, 그러나 끝끝내 멈추지 않으며, 인내를 연습하는, 그것이 나만의 독서법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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