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이야기: 결혼을 이렇게 한다고?
나조차도 짐작조차 못했던 시기에
예기치 않게 시작되어 버린 결혼준비는
급하게 준비가 되어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을 냈고
여러 다툼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심지어
결혼식 날짜까지도
전혀 생뚱맞게
8월의 어느 날로 정하게 되었다.
더위 때문에 옛 선조들이 기피했던 혼인 날짜
휴가철이기 때문에 현시대 사람들이 기피하는 결혼 날짜
그 날짜가 바로 나의 결혼식 날짜였다.
결혼준비 막바지에 갈수록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인지부조화 속에서 내린 결정은
그렇게 내 안에서 갈등을 만들었고
끝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남들한테 끌려다니면서 이게 맞는 건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름 연애경험이 있어서
친구들이나 후배들의 연애상담을 해줄 때는
사람을 볼 때는
진중하게 오래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말해왔으면서
정작 내 결혼은
판단을 신중하게 안한 꼴이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는 정확히 집을 수는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이상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다가도
이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고는
내 안의 부조화들을 그냥
묻어 버렸다.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여자친구와
다툼 또한 잦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일어났다.
결혼식 바로 전 주에
예민해진 여자친구와 사소한 다툼이 있던 날
여자친구가 갑자기 차 안에서
이상한 괴성을 내더니
싸우다 말고 외계어 같은 단어들을 내뱉기 시작했다.
진짜 한글이고 뭐고 아무것도 아닌 전혀 다른 세계의 말이었고
나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무척이나 놀랐었고,
'이게 사람이 내는 소리인가?'
'이런 사람과 결혼을 강행하는 것이 맞는가?'
라고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업체들에 지불했던
그 알량한 돈들이 떠올랐고
그냥 해어지자고 하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어거지로 진행되고 있는 결혼식에 탑승한
나의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의 인생을 정면으로 꼬아버릴
결혼식의 날짜는 다가왔지만
모든 진실을 알아차리기에는
나는 너무 어리고 어리석었다.
우여곡절 끝에 8월의 무더위 속에서
진행하게 된 결혼식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 선후배들, 많은 이들이
감사하게도 모였지만
나는 그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사건을 만들어 버렸다.
식을 하는 도중에
나는 서럽게도 펑펑 울었다.
결혼식 중에
신랑이 우는 경우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그때 끝도 없을 불안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나도 모르게 어머니를 보고는
울어버렸다.
친구들은 그 모습에 의아해했고
나는 애써 추스르고는
그렇게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나의 친누나가 나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자기가 소름 끼치는 것을 봤다고 말이다.
결혼식을 하면서
나와 나의 신부를 뒤쪽에서 장인이라는 사람이 보면서
너무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라
결혼식 내내 장인이라는 사람이 계속 나를 보고는
소름 끼치게 웃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나에게 화를 냈다.
"누나가 뭘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 그럼 뭐, 그 사람들하고 나하고 싸우라고?"
그때는 누나에게 그렇게 화를 내었지만
그게 친누나의 통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