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나는 조용한 분위기와 조용한 음악을 즐긴다. 시끄러운 것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공간이 있는데, 바로 우리 사무실이다.
처음조사를 받으러 노동부에 출석하였다면, 마치 도떼기 시장과 같이 시끌벅적한 느낌에 당황할 수 있다. 조사전날, 고요한 분위기에서 "이름이요-, 직업이요-" 하고 정숙하게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셨다면 오산이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소란스러울때가 많다.
사업주와 근로자가 고성을 내면서 싸우는 경우, 감독관이 진정인과 싸우는 경우, 전화하면서 고성이 나오는 경우 등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시끄럽다. 수많은 고성과 감정이 얽힐대로 얽혀있는 여기가 우리 사무실이다.
한번은 감독관들이 우연히 모두 한날 한시에 조사를 불렀던 적이 있다. 얼마나 웅성거리던지 조사할 분의 목소리가 잘 안들렸다. 그 날은 나도 이렇게 시끄럽고 불편한데, 조사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부에 온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저마다 수많은 걱정과 고민을 안고 온다. 여기서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이 바로 "감독관님 제가 잠을 못잤어요"다. 나에게는 털어내야할 한 건의 사건일 뿐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피말리는 중대한 일일 것이다. 나도 조사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예민한 상황에서 개방된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어찌보면 사생활보호나 프라이버시 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침익적일 수 있다.
경찰은 독립적인 조사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조사실에서는 조사 중 당사자와 담당경찰관 외에 다른사람들은 출입이 통제된다. 물론 우리는 사람을 하도 자주 부르니까 독립적인 조사실은불편하겠지만, 적어도 칸막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은행 창구에서도 칸막이가 있는데, 우리는 다 오픈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노동부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결코 좋은일로 오지는 않았을 텐데. 옆자리에서 동창이라도 만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당사자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개인 프라이버시가 아주 아주 중요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