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민경 Jan 30. 2022

삶이 초대할 때는 응답할게요

임애린 <아임 인>

아이비리그 출신, 뉴욕 월가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진 저자의 책 <아임 인>. 우연히 트레바리 북토크 광고를 보고, 무언가에 홀린 듯 강연을 신청했다. 그 계기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남들이 '우와'할만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가 왜 코치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책.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중간부터는 마음이 먹먹해졌다. 저자가 고통을 직면하는 과정을 정말 여과 없이 보여줬기 때문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내 힘들었던 과거도 떠올랐다. 이 책이 가진 큰 힘은 아마 솔직함이 아닐까, 저자 본인에게 던지는 날것의 질문이 독자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특히나 맘에 들었던 부분은 "삶이 초대할 때는 항상 응답하라 (When life invites you, say yes)"라는 메시지였다. 삶의 초대라, 삶의 초대가 늘 좋을 수만은 없는데 어떻게 "I'm In."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그가 말하는 서렌더(Surrender)의 의미에서 찾았다. 

호프먼에서 서브미션(Submission)과 서렌더(Surrender)라는 개념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한국어로는 둘 다 '복종'이라는 뜻으로 번역되지만, 두 단어의 뉘앙스는 무척 다르다. 서브미션은 외부의 기대나 힘에 대한 복종인 반면, 서렌더는 다른 것을 내려놓고 자신 안의 지혜와 믿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삶이, 온 우주가 나에게 시그널을 보낼 때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 적극적으로 삶에 개입하라는 말. 말이 쉽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쉽지 않은 액션이다. 나를 믿고, 던진다는 것은. 


또 마음을 움직였던 대목이 있었는데, 북토크에서 그는 잘 산다는 것에 대해 정의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행동하고, 이를 통해 존재를 입증하를 무언가를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행동적 접근의 프레임워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신선한 접근이었고, 공감이 되었다. "열심히 하기", "확실한 방향성", "할 수 있다고 믿기", "체력 관리"등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동적 접근(Do)인 반면에, "간절함", "끌어당김의 법칙", "나를 믿고 우주에 서렌더", "쉼의 예술"등이 그가 정의하는 존재적 접근(Be)이다. 이를 통해 잘 산다는 것에 대해 그는 이렇게 정의했다. 행동(Do)-소유(have)-존재(be)가 아니라, 존재(Be)-do(행동)-have(소유)로 가야 한다는 것을. 

평온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be)
가장 나 다운 삶을 살며 (do) 
그 과정에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 (have)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저자는 오랜 시간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을 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렇지만 삶이 정말 어떤 시그널을 보냈을 때, 뒤로 숨지 않고 용감하게 맞섰기에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도 사실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놓고, 이를 위한 to-do list를 잔뜩 나열했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내가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임을 알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삶이 초대할 때는 응답하라는 말과 같다. 온 맘으로 서렌더 하면, 자연스레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올 초에 읽기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심은 하등 중요하지 않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