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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Feb 02. 2022

이 세상 모든 매니저를 위한 책

앤디 그로브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몇 년 전부터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겨있다가, 앤디 그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를 읽고, 지인의 추천이 더해져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읽게 되었다. 매니지먼트라는 단어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지만 회사에서 "사업개발"이라는 업무를 하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타 부서와의 협업을 조율하고, 매니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잦다 보니 과연 좋은 매니지먼트란, 리더십이란,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실행하면서 배우고 체득하는 게 더 중요하지만 초행길에 지도 한 번 보고 출발하는 것과 지도 없이 무작정 가는 것은 천지차이 아닌가.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는 초행자의 지도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이 책에서 중간관리자에 대해 정의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보통 조직의 중추라 하면, 적어도 팀원을 리딩 하는 "팀장" 직책을 의미하지만, 중간관리자에 대한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아래와 같이 주장하였다.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감독하지는 않지만, 엄격히 말해 조직에 소속되지 않았다 해도 다른 사람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역시 중간관리자 그룹에 포함시켜야 한다. '노하우 관리자(know-how manager)'라고 불리는 그들은 지식과 기술의 원천으로서, 조직 구성원의 컨설턴트처럼 활동하는 스페셜리스트이자 전문가다. 그들이 바로 느슨하게 정의된 정보 네트워크 상의 연결점인 셈이다." 

책의 서문에 위와 같은 구절이 나오는데, 이 책을 읽을 권한을 부여받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스타트업에서 아무개 매니저로 불리는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앤디 그로브는 서문에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를 위한 세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1. '성과 지향의 관리' : 생산에서 사용되는 성과 지향의 원리와 방법을 관리자의 업무뿐만 아니라 조직의 다른 부분에도 적용하는 것
2. '팀 플레이' : 관리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관리자는 레버리지가 높은 과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3. '팀의 관리' : 스포츠팀의 관점에서 '업무 관련 피드백(task-relevant feedback)'을 줘야 한다는 것 

이 세 가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프린세스 메이커도 아니고) 매니저 메이커 1:1 과외가 시작되는데, 관리자의 결과물을 공식으로 정리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뭐 코어는 관리자가 관리하는 부서의 퍼포먼스겠지만, 우리 부서의 OKR혹은 KPI만 챙기는 지엽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거시적으로 조직의 인텔리전스를 올리거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일도 (역량이 된다면) 해야 하는 게 매니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관리자의 결과물 = "관리자가 관리하는 부서의 결과물" + "관리자의 영향력이 미치는 관련 부서의 결과물" 


개인적으로 반성했던 부분을 한 번 공유해본다. 조직의 생산성, 퍼포먼스를 위해 매니저는 레버리지가 높은 업무가 무엇인지 간파하고, 이를 위해 적절히 업무 위임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니저는 생산 프로세스 내 최저 가치 단계에서 피위임자(delegatee)의 업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이다. 역으로, 피위임자(delegatee)도 위임자(delegator)가 묻기 전에 먼저 선수칠 수 있는 것 아닌가. 피위임자가 적절히 공유하지 못해, 작은 불씨가 산불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뼈아픈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매니저가 하나하나 묻기 전에, 선제적으로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 것 또한 조직의 시간, 리소스를 절약하는 길이란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마지막은 역시나, 교육, 코칭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앤디 그로브는 마지막까지도 일관되게 뼈를 때린다. 앵무새처럼 이야기한다. 관리자의 결과물이 그가 관리하는 조직의 결과물이라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내키지 않아도 바싹 붙어 조직원을 동기 부여하고, 케어할 수밖에 없다. 앤디 그로브는 교육이야 말로 관리자가 수행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레버리지'의 활동 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한다. 교육을 준비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득이라고. 고무적인 어조로 책이 마무리되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결국, 결국 아웃풋이다. 조직이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를 증명해야 하는 곳이다. 아무리 빛나는 사람들을 모아놓아도 매니지먼트가 꽝이면, 산으로 가는걸. 그래서 매니저는 필연적으로 코치가 되어야 하나보다. 산이 아니라 진짜 가야 할 곳으로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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