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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Feb 13. 2022

다이어트는 단기간 챌린지가 아니다

이정윤 <초격차 다이어트> 

운동을 각 잡고 했던 때가 언제였을까. 20대 마지막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고, 열심히 운동했던 3년 전, 내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 관리에 철저했던 때였다. 이후 코로나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의 제약이 생긴 시점부터 운동, 식단 조절과는 먼 삶을 살게 되었다. 요가는 꾸준히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식단을 조절하진 않았다. 다이어트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다가 작년 말 병원 건 감검진 혈액 검사를 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조절이 필요하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내 무너진 식습관을 고려해보면) 결과지를 받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라 하셨다. 물론 그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고, 지인과의 먹부림과 바쁜 일상으로 잊혀갔다. 


시간이 조금 흘러,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진 틈을 타 요가원에 등록했다. 타이트한 요가복에 살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왔지만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내 요가하느라 바빠서 사실 남 시선 쓸 신경이 없으니 뭐. 그렇지만 동작을 할 때마다 레깅스에서 배를 감싸는 부분이 자꾸만 뱃살 때문에 아래로 말려서 허리춤을 고정하느라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나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겠구나. 시선은 상관없지만 퍼포먼스에 영향을 주는 것은 못 참겠다! ' 술도 좋아하고, 모임도 좋아하고, 먹는 것 자체를 너무 좋아하는 나에게 "다이어트"는 큰 허들로 느껴졌다. 마지막 다이어트가 바디 프로필을 준비했던 시기였으니, 그때만큼 해야 한다는 모종의 강박이 있었으리라 생각해본다. 또 변명을 하자면, 2020년에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헬스장은 등록하였으나 회사에서도 멀고, 집에서도 멀었으니 갈 수가 없었고. 2021년에는 이직과 야간 업무로 다이어트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내 건강은 여러 핑계를 통해 방치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신 차린 게 어디냐. 여름이 되기 전까지 바짝 살을 빼려고,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의 은혜를 받아 정말 이 시점에 필요한 책을 알게 되었다. <초격차 다이어트>라는 책. 책 제목부터 맘에 든다. 사실 다이어트와 관련된 정보, 책, 영상은 이골이 날 정도로 많이 봐서 책을 사는 게 망설여졌는데, 저자의 진실된 인스타그램 포스팅 그리고 그의 본업 (다이닝 미디어 아시아 대표, 샴페인 애호가)에 끌려서 홀린 듯 책을 샀고, 단숨에 읽었다. 사실 감량을 해야겠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밀려올 때는 귀가 미친 듯이 팔랑거리고, 이때가 가장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시기 아닌가. 보통 이런 시기에 남들이 성공했다는 특정 식단, 한약, 효소, 다이어트 보조제 등에 혹했다가는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 악순환을 초래하는 궤도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궤도에 들어서기 전에 다이어트에 대한 뼈를 때리는 팩트와 일상을 지키면서도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저자만의 꿀팁을 전수받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참 다이어트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구나. 단기간에 결판 보려고 했구나. 동시에 내가 가진 역량을 간과했구나. 책장을 넘기며 지난 2년을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는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다이어트 서적의 저자는 아쉽게도 보통의 직장인의 삶과는 먼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따라 하기도 힘들고 사실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부분이 없어 겉도는 느낌만 받았다. 술과 음식을 적당히 즐길 줄 알며, 사람들과의 소셜을 챙기는 사람이 쓴 책이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파인 다이닝에서 먹었던 맛있는 채소 요리를 100% 구현할 수는 없겠지만 소스와 향신료의 도움을 받아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방법을 왜 잊고 살았을 을꼬. 저칼로리 다이어트 도시락 쟁여놀 생각만 했지, 정말 자연스러운 식단의 중요성을 오랫동안 간과하고 있었다. 게다가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레시피도 많아서 바쁜 직장인에게는 단비 같은 파트였다.


이유를 계속 생각할수록, 왜 해야 하는지 자꾸 질문할수록 실패는 가까이에 다가옵니다. '그것 봐,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라며 우리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우죠. 이유를 생각하지 마세요. 동기부여에 집착하지 마세요. 대단한 동기는 없습니다. 그냥 체지방을 감량해 건강하고 가벼워지겠다는 정도예요.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돌아와 본다. 이번에 내가 다이어트를 하게 된 계기와 참 비슷하다. 좀 더 가벼운 몸으로 오랫동안 요가를 하고 싶고, 요가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건강하게 오래 해보고 싶거든. 실행에 토를 달고, 이유에 집착할수록 목표 달성은 요원해진다. 단기간 챌린지에 집착하지 말자. 저자가 조언한 대로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실천해보려고 한다. 일단 올해 4월 말까지 6kg를 감량하려고 하니, 이후 한 번 회고해 보는 것으로. 오래간만에 속 시원한 다이어트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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