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잔잔한 내 일상에 예기치 못한 무질서가 무단 침입한 날이라 그런지, 조금은 우울한 기분에 이 책을 읽었던 게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책을 덮고 (아, e-book을 덮는다는 말은 이상한걸) 자연스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물고기를 본 오키나와 여행을 떠올렸다. 남들 다 가는 츄라우미 수족관에 떠밀려 간 것이었는데 - 하필 그날 야외에서 진행되는 돌고래쇼를 보고, 모종의 메스꺼움과 불편함이 느껴져 쇼를 외면했던 기억이 난다. 애초에 여기를 왜 오자고 했을까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래서 페이스북에 돌고래에 대한 미안함과 이해할 수 없는 이 비즈니스에 대한 한탄의 글을 쏟아냈다. 비슷한 맥락으로 체험형 동물원, 테마파크, 사파리 등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라는 명목 아래 만들어진 동물 비즈니스에 대한 거부감은 이때부터 만들어졌으리라. 무튼 이 책은 소인배적 사담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책이고, 너무 방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주변 아무나 붙잡고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읽어보면, 나의 이런 횡설수설을 단번에 이해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