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요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심히사는물고기 Jul 10. 2018

왜 하필 요가야?

요가를 하지 않았다면 몰랐던 것들 

“취미가 뭐예요?” 
“독서와 달리기요.” 

누군가 내게 취미를 물었을 때 나는 늘 위와 같이 자동적으로 대답하곤 했다. 그러다 3개월 전 회사 일로 많이 힘들고 우울했을 때 더 이상 독서도 달리기도 나에게 어떠한 위로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위로가 되고, 성취감을 안겨주고,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평생 취미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나의 취미 생활은 철저하게 소비에 집중되어 있었다. 맛집 찾아가기, 바 호핑, 서점에서 책 여러 권 사서 읽기, 영화감상, 미술관 가기 등 내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취미 생활은 단 하나도 없었다. 소비의 결과물은 늘어난 신용카드값과 인바디에 나온 50%가 넘는 체지방률뿐이었다. 내 주말은 소비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홍길동처럼 여러 곳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꼈던 것 같다. 생산하는 것을 제외하고 다 했으니까.   


취미생활을 말하자니 여태까지 내가 진득하게 해왔던 일이 무엇이 있나 곰곰이 떠올려봤다. 야외 달리기의 경우 마라톤을 목표로 하며 준비했지만 하프 마라톤 조차도 부상 때문에 나가본 적이 없다. 학부 생활 대부분의 여가를 (논문 스트레스, 외국인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바깥에서 뛰면서 보냈다. 하지만 취업 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를 꾸준히 해낸 기억이 잘 없다. 간헐적으로 3~8km를 뛰긴 했으나 이렇다 할 목표점과 성취감이 없었으니 말이다. 목표점 없이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괜찮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타, 프랑스어, 첼로 등 내가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관두는 것 같았다. 


때문에 더욱이 내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해의 목표의 중심을 “몸과 마음이 건강한 28세”로 두었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과 마음을 지키기 위한 명상이 필요했다. 이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나는 ‘요가’라는 수련을 택했고, 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요가원에서 생애 첫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요가원에 등록하고 다섯 번째 요가 수업을 갔을 때, 사바아사나(누워서 편하게 복식 호흡하는 자세)에서 천천히 호흡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났다. 참지 않고 울고 나니 너무 후련했고, 그동안 내게 부족했던 에너지가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난생처음으로 했다. 요가 경력이 채 1개월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요가 선생님과 상담 후 요가를 더 깊고 자세히 배우고 싶은 마음에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등록하게 되었다.  


7월에 시작하는 그 과정을 등록하고, 지난 5-6월을 소비의 결과물인 체지방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월, 수, 금 아침 7시에는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고 나머자 화, 목 아침 7시에는 혼자서 운동을 했다. 퇴근 후 저녁에는 일정이 없으면 최소 주 3회 이상 요가원에 갔다. 더 좋은 효과를 보기 위해 한 달 동안은 밀가루와 술을 끊어보았고, 그 결과 체지방을 10kg 이상 감량하게 되었다 (골격근량이 표준 미달이었기 때문에 근육 부족형 비만에 속했다). 3개월 전 한 번 입어보려고 시도하다가 입지 못한 여름옷을 입게 되어 행복했다.  


큰 목표와 실현 가능한 세부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했기 때문에 내가 간절히 원하던 성취감을 얻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떨어졌던 자존감도 서서히 올라가게 되었다. 동작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움직이며 호흡한 것일 뿐인데, 요가 덕분에 내 삶이 점점 바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란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직 요가를 배운 지 3개월도 되지 않았기에 모든 동작이 새롭고, 즐겁고 또 어렵다. 이 때문에 더욱 설레고, 욕심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 팔근육도 제대로 자리잡지 않은 요가 풋내기에게 아직은 어려운 바카 아사나(까마귀 자세)를 연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를 즐기지 못하고 조급해하는 나의 마음이 보인다. 빨리 해내고 싶은 마음, 남들보다 앞서고 싶은 마음,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나의 마음. 이런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그랬구나.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성격이 급한 나의 최대 장점은 기민함이고, 최대 단점은 조급함인 것을 아사나(요가의 자세) 하나하나를 수행하며 알게 된다. 이제야 3개월 전 내가 회사 일로 힘들어했던 이유를 찾게 되었다. 그건 바로 미리 성급하게 고민만 하고, 겁에 질려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던 것. 그저 현재를 자세히 관찰하고, 문제에 직면하고, 천천히 풀어나가면 될 것을 나는 걱정과 고민으로 회피하고 있었다.  


내가 요가를 사랑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단 하나는 나에게 주어진 고통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에 막힌 부분이 있다면 절대 입으로 삼키며 참지 않는다. 대신 호흡을 통해, 막힌 부분을 생각하며 그쪽으로 천천히 호흡을 보내준다. 그리고 풀릴 때까지 계속 반복 또 반복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그렇게 어려움에 직면하고, 도전하고, 해결한다.  


내가 바카 아사나를 5초 넘게 유지할 수 있는 날이 분명 올 테다. 꾸준히 팔의 힘과 코어의 힘을 기르고, 매일을 끊임없이 연습하면 언젠가는 될 것이다. 빨리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조급함을 버리고, 나의 꾸준함과 나의 간절함을 좀 더 믿어보기로 하였다. 이런 믿음이 있다면 비단 요가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나는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왜 하필 요가를 열심히 하냐 묻는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