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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Dec 30. 2020

2020년 회사 독서 모임에서 읽은 책 모음

피가 되고 살이 된 아홉 권의 책

회사 독서 모임에서 올 한 해 총 아홉 권의 책을 멤버들과 함께 읽었다. 이 중, 1위부터 9위까지 순위를 매겨보았다. 모두 다 깊은 울림을 줬지만, 내게 큰 영향을 준 책 위주로 정리해보았다. 


1위: 팩트풀니스 (추천 대상: 누구나)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상식, 관념을 흔들 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이 세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이유를 총 10가지 본능을 지적하며 설명한다. 자신을 '가능성 옹호론자'로 칭하는 만큼, 각 장의 마지막 본능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인상 깊었던 두 구절을 꼽아봤다.  1장 68페이지에 "...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삶이라고 해봐야 대표성 없는 예외적 사건을 좋아하며 평범한 것을 기피하는 언론이 걸러서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2장 99페이지에 "... 그런 뉴스가 유발하는 암울한 기분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 탓에 더욱 심해진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할 수밖에 없는 본능과 미디어의 선별적인 보도, 정치적 프로파간다, 이익집단의 선동과 의도적인 여론몰이 등등이 사람들을 스트레스로 내몰고, 종국에는 생산적이지 않는 선택을 하게끔 만든 것 같았다. 


2위: 멋진 신세계 (추천 대상: 누구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별 반 다를 게 없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은 책이다. 버나드 마르크스를 보면서 기성 정치인들이 떠올랐다. 본인은 약자의 편에 서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기득권층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선민 주의적인 모습들이 보였다. 또한 '문명 세계'에서 책이나 역사를 절대적으로 금지시키는 점이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결국 사람이 주체성을 갖고 생각을 하는 것이고, 사람이 생각을 하면 사회나 시스템에 대해 자연스레 의문을 갖게 된다. 이를 말미암아 체제가 전복되는 위험을 제거해버리는 것 아닐까? 


3위: 뉴 파워: 새로운 권력의 탄생 (추천 대상: 플랫폼 비즈니스 종사자)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구권력에서 신권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플랫폼을 예시로 잘 보여준 책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준비하거나, 실행하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몇 가지 공감되는 구절을 공유해본다. 56페이지에, "당신이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든 거부감을 느끼든 상관없이 신권력 사고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직장, 병원, 심지어 21세기 전투 현장에서조차도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방식을 채택하면서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차명하거나 주체성을 발휘하는 기대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82페이지에 "오늘날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아이디어는 대부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동료 집단 사이에 느끼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표현하도록 맞춤형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4위: 룬샷 (추천 대상: 조직의 관리자급 이상 혹은 대표) 

-정말 어려운 책이다. 똑똑한 저자가 쓴 책을 과연,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며 읽은 것일까 의문이 들지만, 아무래도 경영서이기 때문에 조직의 관리자급이 읽는 것을 꼭 추천한다. 79페이지에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 ‘우연의 설계자들’은 그보다 덜 화려한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어느 한 룬샷을 열렬히 지지하기보다는 많은 룬샷을 육성할 수 있는 뛰어난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예지력 있는 혁신가라기보다 세심한 정원사에 가깝다. 그들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양쪽을 모두 잘 돌보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지원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p.79) 이 책의 8장의 경우, 여태까지 행동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조직의 행동 패턴을 물리학적 개념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은 환경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지만, 앞서 우리가 다룬 내용은 환경이 ‘집합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팀이나 기업이 왜 룬샷을 거부하는지를 말이다. 
-개인의 행동만 따로 떼어 분석해서는 왜 갑자기 팀이나 기업이 혁신을 잘하는 집단에서 혁신에 형편없는 집단으로 바뀌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혁신을 잘하는 능력은 ‘집합적’ 행동이다. ‘많으면 달라지는’ 또 다른 예시다. 
-이 책의 목적은 특정한 패턴은 도움이 되고 다른 행동 패턴은 도움이 덜 된다는 생각을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을 ‘보충’하려는 것이다. 


5위: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추천 대상: 누구나) 

-연말연시에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다(책이 총 800페이지인 점을 제외하고...). 이유는 목표, 성취, 성공 등 연말연시에 많이 거론되는 이야기를 체계화시켜 서술했기 때문이다. '행동은 신념의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 점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신념이 만들어지는 바탕은 과거 데이터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신념이 결국 행동에 영향을 주고, 어떤 일을 착수할 때 발목이 되거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2021년에도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신념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궁극적으로 그것이 즐거움을 가져다주거나 고통을 피하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 의식적인 신념 또는 무의식적인 신념을 기반으로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를 원한다면 자신이 얽매여 있는 기존의 신념을 바꿔야 한다. (p.119)


6위: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추천 대상: 철학이 너무 어려운 사람)

-철학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치 옛 성현들이 공자와 맹자의 말씀에서 답을 찾으려 했듯,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람', '조직, '사회', '사고'에 대한 화두를 다양한 철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해준 점이 좋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개념을 담아 오히려, 읽고 나서 기억에 잘 남지 않은 부분이 아쉬웠다. 아울러, 저자는 입문자에게 철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개념별로 철학자의 주요 철학을 인용하는 구조를 택했는데, 흥미롭기는 했지만 서양 철학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 계보, 학파 등의 요소도 이해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이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철학의 개념을 더 와 닿는 일상의 예시와 접목하였기에 기초서의 개념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7위: 해빗 HABIT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추천 대상: 누구나)

-책 제목 그대로 습관 설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잘 설명한 책이고, 연말연시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89페이지에, "우리가 좋은 습관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늘 반복되는 일상을 습관화하면 우리는 인생의 다른 기회와 위기에 훨씬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습관은 우리가 삶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학적 표기법인 셈이다." 111페이지에, "우리는 의식적 사고가 개입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조종 모드로 보낸다." 더 시간을 가치 있게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으로 습관 시스템을 활용하라는 주장이 정말 인상 깊었다. 


8위: 방구석 미술관 (추천 대상: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생각은 '과연 지식이 감상을 선행하는가'였다. 책 전반이 약간의 미술사, 약간의 인물사를 보여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품 하나하나의 감상보다는 화가에게 벌어진 주요 사건, 작품 감상 시 참고하면 좋을 배경지식으로 채워져 있다. 나는 미술 감상을 할 때 최대한 기존의 관념이나 서사를 배제하려고 하는 편이라서, 이런 뒷이야기를 알게 되는 게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감상에 방해되는 일이 아닐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재밌게 읽긴 했지만... 여러 화가를 다루는 이야기 중 폴 고갱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증권맨 출신이었던 그가 인상파 화가로 전향하게 된 계기를 보면서, 전에 스티브 잡스가 연설에서 말했다. "connecting the dots(현재 '점'에 불과한 사건들이 의미 있는 연결 고리를 만나 미래에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의 개념이 절로 생각났다. 현재는 내게 전혀 쓸모없다고 느낀 경험들 (여러 점들)이 나중에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대목이었다. 고갱이 회사를 다닌다는 핑계로 부족함을 정당화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게 그를 화가로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와 닿았던 스토리였다. 


9위: 가상은 현실이다 (추천 대상: 가상세계, IT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주체적 대상화를 하는, 전시 강박자, SNS 중독자로서 많은 부분 공감하고 끄덕이며 읽었던 책이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더더욱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나 '관심 자본'이라는 용어가 인상 깊었다. 관심은 오늘날 가장 빠르게 수익화할 수 있는 자원이자, 높은 가치를 지닌 자원이 되었다는 말에 큰 공감을 하였다. 요즘은 일반 급여생활자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유튜버가 나오는 세상이니까. 

...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현상이 인스타그램의 인센티브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필연이라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은 관심을 정량화하고 그것을 자본으로 환전해주는, 인류 최초의 '관심 자본'거래소다. 인스타그램 이전에 관심은 저장되지 못하고 증발되었고, 특정 시점과 특정 지역에서만 제한된 의미를 가졌으므로 국소적으로 발현될 뿐 보편적으로 통용되지는 못하는 자원이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관심을 전 지구적인 차원으로 부각했으며, 기록하고 정량화했다. 오늘날 가장 빠르게 수익화할 수 있는 자원이자,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자원이 되었다.(p.76-77)


이렇게 기록을 해두니 나만의 자원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2021년에는 어떤 책을 읽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연말이다. 책을 추천해주고, 발제해준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즐거운 202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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