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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민경 Feb 01. 2021

“열심히"가 아니라 "성과"를 주목할 것

<일을 잘한다는 것>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켄

철학과 예술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일본 최고의 전략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와 일본 최고의 경쟁전략 전문가이자 히토쓰바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구스노키 겐이 함께 쓴 <일을 잘한다는 것>이란 책을 정말 단숨에 읽었다. 기술의 디플레이션과 감각의 인플레이션을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하는데, 저자는 정답 과잉이고 문제가 희소한 사회에서는 지엽적인 문제 해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숲을 보는 마음으로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 해결을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를 구상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구노스키: 어렵죠. 공부하는 것 자체가 프락시가 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면 순간적으로는 안심이 됩니다. 그것이 도움이 되든 아니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받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안도감을 느끼는 동안 일을 잘하는 방향과는 점점 더 거리가 먼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아주 강력한 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현재 하고자 하는 공부가 혹시 프락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잘 파악해야 합니다. 성과를 내는 데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죠.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239


이 책에서 두 저자는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을 통달하려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대리 중계자라는 뜻을 가진 '프락시(proxy)'라고 하는데, 최종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업무가 자기만족으로 그치게 되고, 결국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프락시가 되어버린다고 주장한다. 목적을 잃고 기술 단련에만 치중하면, 그날의 불안이 해소될 수는 있으나 중요한 문제가 닥쳤을 때 근본적인 문제를 잡아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잡아낼 수 있는 것은 기술의 연마가 아니라, 감각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말한다.


이런 감각을 기르는 훈련을 두 저자는 네 개의 챕터를 통해 설명한다.

1)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다

2) 인간에 대한 이해

3) 추상적 사고의 힘

4)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

자세한 설명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업에 대한 확실한 동기와 목적이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해줄 노력들을 게을리하지 않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성과가 아닌 proxy에 집중한 건 아닌지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일을 탁월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에 의욕만 앞선 채,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친 적도 있었고 반대로 적절한 스킬 셋이 필요할 때 그 중요성을 간과한 채 겉핥기만 한 적도 있었다. 시행착오가 참 많았다.


"구노스키: (중략) 저는 의지를 우선시하고 일관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하고 뜻을 관철시킵니다. 자신이 즐거우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지니, 점점 다른 사람에 대한 해도 깊어질 겁니다. 이시구로 교수도 앨런 케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점점 넓어져 실제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동조하는 사람도 늘어갑니다. 스토리가 실행되어가는 것이죠. 이런 흐름의 기점에 있는 것은 개인의 의지입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옳은지 아닌지는   없지만 저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의지란 그런 것이죠. 그런 사람의   가지 특징은 처음 단계에서 정답을 추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이거 잘되겠는걸'하는 마음가짐이죠.
야마구치: 좋은 의미에서 느긋함이 있는 거군요.", p.234


구노스키와 야마구치가 내린 결론에 덧붙인다면, "자신만의 감각으로 일하며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이라는 책의 부제가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정의가 아닌가 싶다. 주도적으로 키를 잡고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무장한, 본인만의 특별한 전략이 있는 사람들 말이다. 책은 정말 명료한 개념을 담고 있었으나 역시 실천이 제일 어려운 과제가 된 것 같다. 역시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실행해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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