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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업하는 선생님 Nov 02. 2022

금쪽같은 내 학생


귀엽지 않은 아이들


숨 가쁘게 25명 안팎의 학생들 관리하는 교사들에게 있어 달갑지 만은 않은 존재들이 있다. 바로, VIP라고 일컬어지는 문제 아동들이다. 학업 수준이 느리고, 발달이 더딘 학생들은 느리지만 결국은 꽃을 피우게 될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자그마한 발전에 교사들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VIP는 다르다. 일상생활과 수업 참여를 방해하는 행동(말 끊기, 반문하기, 소리 지르기, 물건 던지기...), 자신이나 주변 친구들을 해하는 행동(물기, 때리기, 밀기, 물건 집어던지기 등등)을 하며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한다. 주의 산만,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기, 손장난, 옆 친구와 이야기 하기는 귀여운 수준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학생들은 전체 학생 중에 10~20% 남짓, 보통은 2~3명 많으면 5~6명이다. 교사들은 이 10%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의 자원을 80%~90%을 할애해야만 한다. 나머지 20명의 바른 학생들에게는 10~20%의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소수의 학생들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제공될 양질의 교육을 박탈한 것이다. 이 부분이 교사에게 현타와 내적 갈등의 기로에 빠지게 한다.




우리 반에 등장한 금쪽이


밉기만 한 금쪽이를 무지한 상태로 바라보게 된다면 교사가 얻게 될 감정은 공포와 두려움 - 패닉과 같은 감정일 것이다. 미지의 존재, 어둠 속에 숨겨진 것은 항상 두려운 존재니까. 미지의 존재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사가 해야 할 현명한 행동은 횃불을 켜고 이 미지의 문제 아동을 심도 깊게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행동을 아동의 개인 문제, 가정의 교육 환경 문제로 책임을 바깥으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던 찰나 금쪽이가 A급 학군에 위치한 우리 학교의 우리 반에 출몰했다. 처음엔 금쪽이가 그저 친구를 놀리는 것을 좋아하는 약간은 짓궂은 그런 학생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한 말로 학생을 울리기까지 하고, 다른 친구를 밀고 때리고, 수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더 이상 웃으며 넘길 수 없게 되었다.


잘못된 행동임을, 규칙을 어기는 행동임을 말해주었지만 그 학생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 '모두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난 억울하다.'라는 태도로만 행동했다.  


아마 그 아동 앞에둔 나의 모습을 봤다면 입은 꾹 닫고 있지만, 눈으로도 내가 화를 내고 있음을 알것이다. 머릿속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저런 고집 불통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이 왜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봐야 하지?', '내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한 학생도 내 학생이라고 유화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나?', '국가에서 조차 범죄자의 기본권은 제한하지 않나?' 등등  


하지만 아동 개인의 문제로 여기고 그를 방치하고 경멸의 시선으로 우린 둘 수 없다. 방치하고 경멸할 학생의 수준은 어디까지인가? 누가 그 선을 정할 것인가? 그 기준은 올바른 것인가? 기준 없이 나의 기분대로 결정할 것인가? 그러면 학생들의 죄는 기분상해죄가 아닌가?


결국 교육자가 선택해야 할 길은 경멸과 무시, 탄압, 차별이 아니라 포용과 긍정의 시선이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가져와야 한다. 나의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학생 개개인을 위해서도...





숨겨진 의도


아동의 문제행동 뒤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 비성숙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삐뚤어진 방식을 사용한다. 삐지기 - 질투 유발 - 죄책감 자극 - 울음과 분노 등등.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행동은 바라는 목표(사랑받기)를 달성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부적합한 행동은 우리 금쪽이의 문제 행동과 닮아있다.


우리 반 문제 아동과 깊은 대화를 하며 반복적으로 나온 응답은 '우리 반 친구들은 내 말을 무시한다.' , '무시하니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XX를 했다.' 이런 내용들이었다.


우리 문제 아동 학생의 문제 행동 뒤에 숨겨진 의도는 순화해서 말하면 (소속감 추구/ 집단 내 지위 상승의 욕구)였다. 나쁘게 말하면 강력한 '권력욕'이었다. 친구들에게 멍청이라고 말하고, 수업 시간에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 이상한 말을 하고, 혼자서 웃는 행동들이 바로 남들을 찍어 눌러서 특히 반의 최고 권력자인 교사를 깎아내려 자신의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려는 행동이었다. 병적인 자기애, 부정적인 자기애의 발로였다.


아동의 거짓말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 관점으로 보게 되면 해석이 된다. 아동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만신창이인 자신의 자아를 지켜낼 수 있었다. 거짓과 기만으로 다른 사람을 속임으로써 자신이 남들을 세계를 그 우월해 보이는 교사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전능함 - 우월성을 느꼈던 것이다.  


어린아이는 전지전능하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부모는 손발이 되어 아이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욕구를 해소해주었다. 이런 전능함을 학교에서도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금쪽이는 바라고 있었다.






치료 : 왜곡된 신념 수정하기


인지행동치료

내담자의 왜곡된 생각을 찾아내 부적응적인 믿음을 수정하는 치료.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 맺는 기술,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기술, 문제가 되는 행동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익힘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동의 소속감과 지위 상승의 욕구는 '왜곡된 신념', '문제 행동' 탓에 좌절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인간들이든지 자신을 깎아내리고 위해를 가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러니 금쪽이의 사회적 평판, 지위는 개판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금쪽이의 말에는 힘이 실릴 수가 없다. 우리 반 친구들이 무시하니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했다는 행동들이 오히려 금쪽이의 소속감을 저해하고 지위를 강등시켰다. 금쪽이에게 이 부분을 직면시켰다.



사람은 10중 7은 나에게 무관심, 1~2명은 날 어떠한 이유든지 싫어하고, 1~2명은 날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날 좋아한다. 아동에게 너는 우리 반에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지는 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몇 친구밖에 답하지 못했다. 'VIP야 보아라! 너도 25명 남짓한 반에서 2~3명 밖에 제대로 알지 못하지 않느냐? 대다수의 학생이 우리에게 무관심한 것은 당연하거란다! 원래 세상사가 내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되지 않니.' 이렇게 말하자. 금쪽이가 조금은 깨달은 듯해 보였다.



"친구에게 무시받지 않기 위해 너는 사람을 때리고 친구를 놀렸지?"

"넌 사람을 때리고 놀리는 친구를 좋아하고 그 친구의 말을 듣겠니?"

"우리 반에서 인정받고 친구에게 무시받지 않는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했니? 너처럼 친구를 놀리고 때렸니?"

"네가 무시받지 않으려고 행동이 오히려 널 무시받게 만들지 않았을까?"

감정적이던 문제 아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욕구와 바람 채워주기


그리고 학생의 좌절된 소속감과 인정 욕구를 채워줬다.


사회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기술이 떨어지지만 학습 능력이 뛰어났던 학생의 장점을 추켜세워줬고, 선생님도 너처럼 찌질했던 과거가 있다고 말하며 나도 너를 믿고 지지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문제 아동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사탕 하나 쥐어주며 문제 아동을 좀 보듬어달라고 부탁했다.


반에서 금쪽이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역할을 주고, 자존감을 채워줄 수 있도록 일부러 심부름도 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행동하자 왜인지 금쪽이의 문제 행동이 줄어든 거 같았다.




폭풍이 지나갔다


폭풍이 지나가고, 미지의 존재가 어떠한 존재인지 알아내자. 분노와 짜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학생을 이해하자 분노 뒤에 연민이 샘 솟아올랐다. 이 학생도 결국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하나의 아이였구나 다만 그 의도를 얻는 방식이 서툴고 잘못된 방식으로 했을 뿐이라는 것을 알자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숨겨진 역사를 알면 우리는 아이를 마냥 미워할 수는 없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악해 보이는 행동 뒤에는 각자의 선(착할 선)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었다. 우린 행동 자체에만 집중해 행동을 규제하는 것에 집중하면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문제 행동을 통해 금쪽이가 얻고자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왜곡된 신념을 수정하고, 문제 행동이 사실은 어떠한 효과도 발휘하지 않다는 것을 직면시켜야 한다. 그리고 '바른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좌절된 학생의 욕구를 채워주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


미우나 고우나 내 학생이고 우리도 어렸을 땐 누군가에겐 문제 아동이었다. 그런 우리가 이렇게 바르게 자라난 것은 그 누군가인 어른 또는 선생님의 관대함 덕택이었다. 그 관대함을 다시 아랫 세대에게 되갚아야 할 순간이 내게도 왔다.


우리가 이렇게 바르게 자라난 것은
그 누군가의 관대함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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