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일생에 최소 한번 이상은 약자가 된다
캐나다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거짓말 안 하고 정말 최소 한 번 이상 휠체어 사용자를 태우기 위해 버스 계단이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휠체어 사용자를 본 것은 처음이고, 모든 버스가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 "캐나다에는 한국보다 장애인이 더 많은 걸까?"라는 나의 질문에 이곳에서 나고 자란 P는 어깨를 으쓱였다. P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대수롭지 않은 광경이겠지만, 나에게는 꽤 인상 깊은 순간들이 많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것이 자폐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보니, 수업 중 정부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캐나다에서도 장애인 지원이 더 확충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제 막 한국에서 날라온 나에게는 놀라운 것이 더 많은걸. 청각장애아와 발달장애아를 위한 표지판이 곳곳에 있는 것이. 휠체어 아동을 위한 그네가 있는 것이. 장애인 주차 공간이 한두 개가 아니라 전체 섹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 중 '누구나 일생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약자가 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기억한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서 노약자가 되고, 뜻하지 않은 장애를 갖게 되기도 한다. 여성으로서 사회 구조적 혹은 물리적인 제약을 겪기도 한다.
'장애 당사자가 아닌 내가 그들에 대한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는가?'는 나의 오랜 고민이다. 내가 바로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이란 불가능하고 나 역시도 어느 정도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무심결에 차별의 단어를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의 무지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조금 더 예민하게 생각하고 조심하는 수밖에. 방금도 '휠체어를 태우기 위해 버스 계단이 내려간다'라고 적었다가 아차차... 하며 '휠체어 사용자'라고 고쳐 쓴다. 휠체어 뒤에 사람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