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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y 06. 2019

100일 글쓰기 48일차

자취 2일차

오늘 아침엔 새벽 여섯시에 눈이 떠지는 말도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평일 9시에 눈뜨기도 힘든 나지만, 어제 이사를 온 집이 동향이라,,, 새벽에도 방이 대낮같이 밝아서,, 어쩔 수 없이 눈이 떠졌다... 얼른 암막커튼을 구입하지 않으면 곧 수면부족으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취 1일차인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어보기를 결심했다. 굳이 아무것도 안하기를 결심씩이나 한건, 어제 이사 후유증으로 온몸이 쑤시기도 했고, 아무도 없는, 부모님도, 룸메이트도 없는 집안에 혼자 하루 종일 있어본 경험이 전혀 없단걸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니, 내 행동을 관찰해보게 되었다.


낮시간에는 내내 음악을 틀어놓는다. 낮에 혼자 집에 있는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좁은 집안에서도 계속 블루투스 스피커와 휴대폰을 함께 들고 다니게 된다. 아무도 없는 집의 고요함이 당최 적응이 되질 않는다. 다른 공동주택들은 방음이 잘 안돼서 문제라던데, 이 집은 어떻게 된일인지, 옆집 사람들이 다 놀러나간건지 이렇게 조용할수가 없다. 가끔 냉장고 소음이 나면 화들짝 놀라는 지경이다. 

불 끄는걸 자주 잊는다. 넓은 집도 아닌데, 부엌 조명, 설거지통 조명, 화장실 조명을 끄는 걸 자꾸 잊어버린다... 집안이 왤케 밝지, 혹은 그냥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하나씩 발견하지나 않으면 제때 끄고 있는 일이 거의 없는 듯하다.

혼자서도 쓰레기도 많이 만들어내고, 설거짓거리도 많이생긴다. 반찬을 덜어먹다보니, 혼자 먹더라도 반찬을 소분할 그릇은 반찬 수 만큼 필요하다... 그리고 집에있는 큰 쓰레기통에 모아서 한번에 버릴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작은 쓰레기가 많이 생겨난다. 하다못해 반찬그릇에 씌워둔 랩을 벗길때에도, 쓰레기는 생긴다... 다행히 음식물 쓰레기는 아직 많이는 생기지 않고 있는데, 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으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소분했던 반찬들, 어제 먹다 남긴 탕수육, 군만두까지 꾸역꾸역 먹어 치우고 나니 오늘의 음식물 쓰레기는 탕수육 소스 국물과 키위 껍데기 뿐이었다. 이것까진 차마 먹을수가,,, 없었다...

그냥 빈둥거리는데에도 필요한게 많다. 이사를 하면서 짐이 정말 많다고, 진짜 사람 사는데 이게 다 필요한지 생각을 했었는데, 집에 있다보니, 아 이것도 샀어야 했는데 싶은 것들이 많다. 일단 암막커튼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고, 침대옆에 테이블을 놓을 테이블, 그 위에 놓을 조명이 필요하다. 홈트레이닝을 위한 요가매트, 체중계가 필요하고, 세탁기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세탁기 클리너를 빨리 사야겠다. 이외에 짜잘한 것들로, 양치컵, 칫솔꽂이, 빨래바구니, 밟아서 여는 쓰레기통 등등등... 오래지 않아 짐이 두배로 늘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잠이 정말 많다. 책을 읽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아침에 오래 못잔 탓도 있겠지만,, 나도 모르게 잠들어있는 내가, 자연스럽게 침대로 이끌리는 내가 놀랍다.


하루 아침에 환경이 바뀌니 나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낯설다. 곧 익숙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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