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더글러스 서크
주연: 존 게빈, 릴로 벌버 등
줄거리
1944년, 2차 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보름간 휴가를 나온 독일 병사가 한 아름다운 여인과 운명적인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식을 올리고 꿈같은 신혼을 보내지만 곧 다시 전장으로 돌아간다. 전장으로 온 그는 전쟁 와중에 아내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다가 자신이 구해준 지하 조직원의 총을 맞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다.
<네이버에서>
전쟁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전쟁을 해야 한다면 전쟁만 해야 한다.
전쟁 중 딴짓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영화 중 포탄이 마구마구 날아 어디에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물웅덩이에 맥주 오크통을 발견했다고 좋아하며 주우러 간다면 포탄 맞고 죽는다.
그는 바로 전 옆의 동료 병사와 아내가 보험을 들 줄 모른다며 농담을 주고받았었다.
그렇게 전쟁은 잠시도 주위를 놓치면 개죽음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차라리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그렇게 주위력이 뛰어난 존재가 아니까. 물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에 몰입해야 할 때 오히려 그것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을 무엇으로 막겠는가. 잠깐의 딴생각, 딴 행동 조차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 그에 대한 대가가 죽음이라면 확실히 전쟁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더 미친 짓은 전쟁 중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전쟁 중 사랑을 하면 오히려 로맨틱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영화 속 주인공은 오히려 사랑을 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받지 않았다면 그는 휴머니스트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냥 전쟁 기계가 돼서 열심히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던가 산다면 명예훈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전쟁의 참혹함을 알고, 휴가 중 사랑을 알고, 자신의 아이가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데 어떻게 휴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그건 개인의 생각이고, 변화일 뿐 전장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미에 그는 정말 선한 사람이 되어 (또 거기엔 얼마간의 용기도 필요했으리라) 전쟁 포로들을 풀어주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그 포로중 한 명이 쏜 총탄을 맞고 개울가에서 죽는다. 임신했다는 아내의 반가운 편지를 놓친 채 말이다. 누구는 그래서 하늘로 둔 머리 검은 짐승 거두는 게 아니라며 게거품을 물지 모르지만, 난 이 마지막 엔딩 장면이 꽤나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건 전쟁의 모순을 그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레마르크의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사랑할 때가 죽을 때(라니!)로 읽히기도 한다.
영화사적으로 보면,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며 그것을 반대하는 일군의 영화들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플래툰>이나 <쉰들러 리스트> 등이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그 이후 더 이상 작품을 꼽을 수 없는 건 내가 이런 유의 영화를 즐겨보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영화판이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기껏 만든다는 게 마블 히어로물 아닌가. 기껏이란 말 썼다 기껏 뺨이나 맞을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 정말 괜찮다. 기대 안 하고 봤다 진정성이 느껴져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