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메일이란?
자신이 에이전시에 속해있는 작가라면 특별히 시간을 내서 여러 출판사에 메일을 보낼 일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에이전시들은 작가들이 원하는 출판사가 있으면 그들이 대신 포트폴리오와 메일을 보내 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클라이언트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내미는 신인이거나 아직 마음에 맞는 에이전시를 못 찾아서 혼자 걸어가는 나 같은 작가의 경우, 연초나 연말 혹은 프로젝트가 끝나는 즈음에서 출판사들에게 그간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메일을 돌리는 것은 연례행사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프리랜스 직업이라 스스로를 알리고 클라이언트 리스트를 관리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최근에는 혼자 계약서를 검토하고 관리하면서 작업비를 받는 과정들이 좀 힘겨워서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을까 싶지만… 에이전시도 가져가는 커미션이 만만치 않거니와 계약이 최소 2-3년이 기본이기에 늘 법률 계약에 신중한 나로서는 아직 주저가 된다.
이렇게 올해에도 내 작품을 정리해서 다시 포트폴리오를 돌릴까 하는데, 이런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신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팁들과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다.
1. 최대한 간결하게
아트 디렉터들은, 특히 중소형이나 큰 출판사 디렉터들은 이미 진행하는 작품에 대한 메일 관리만으로도 바쁘다. 만약 그들에게 직통으로 연락되는 메일 주소를 알게 되었다면, 보내는 메일 제목과 내용은 최대한 간결하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보통 자신의 이름과 아주 간단한 자기소개(필요하다면 대학이나 전 직장경력도 넣을 수 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출판 작품들이나 협업 작품들을 이름이나 날짜순으로 짧게 요약해서 적는다. 대략 8줄 내외로 아주 간단하고 간략하게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며, 필요하다면 주변 네이티브 스피커에게 간단한 Proofreading을 부탁받아도 좋다. 그리고 뒤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 사이트 주소와 메일 주소를 꼭! 적고 시간을 내어 읽어주어서 감사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내용을 끝내면 된다.
엄밀히 말해 사실 메일 내용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중요한 건 잘 정돈된 포트폴리오와 그 안에 나의 모든 기량을 넣어서 만든 작품들이다.
2. 참조로 보내지 않기
비즈니스 메일을 여러 번 보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공식적인 공지성 메일이 아닌 이상 자신이 받은 메일에 이런저런 참조가 달려있으면 좀 지저분하고 보기가 안 좋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내는 메일을 받는 사람은 회사가 아닌 회사에서 일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보낼 때에는 출판사마다, 그리고 출판사 내의 부서마다, 부서 안의 각 개인마다 따로따로 메일을 보내는 게 기본이다. 내가 뉴스레터를 따로 만들어서 내 레터를 받고 싶은 수신인들에게 메일을 한꺼번에 보내야 하는 일이 아니고서는, 가능하면 일을 할 때도 참조 기능은 조심해서 쓰는 것이 좋다.
3. Dear My Clients
여러 조언들이나 팁을 보면, 포폴 메일을 보낼 때 가능한 메일을 하나하나 맞춤식으로 써서 보내는 게 좋다고 나오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렇게 일일이 편집자에게 맞춰서 쓰면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내가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이야기를 껴맞춰서 글을 쓰는 느낌이라, 메일을 보내고 나서도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차라리 2-3개의 샘플용 메일 텍스트를 만들어서 번갈아서 보내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빨랐던 것 같다. 여기서 맨 앞의 “Dear~” 부분만 디렉터들의 이름에 맞게 바꿔서 비슷한 내용의 메일을 여러 군데에 돌리면 된다. 메일을 다 정성들에 쓸 수 없다면 최소한 이렇게 Dear “name”, 처럼 수신인의 이름은 꼭 붙이자. 디렉터가 아닌 회사의 대표 인포 메일이라면 Dear “부서 이름 Department or Team” 이렇게만 바꿔서 써도 된다.
4. 가능한 포트폴리오는 링크로
회사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첨부파일을 잘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자신의 홈페이지를 잘 정돈해서 사이트 주소를 링크하는 게 제일 좋다. 홈페이지는 폰에서도 모바일 모드로 잘 열릴 수 있어야 하며 가능한 한 화면에 자신이 해온 작업들이 한꺼번에 잘 정돈돼서 나오는 게 좋다. 메뉴는 4-5개 정도로 짧게 하는 게 좋으며, 사이트에 온 사람들이 이것저것 클릭해야만 작품이 나오도록 만들면 쉽게 피곤함을 느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능한 전용 도메인 이름을 만드는 게 좋고, 모바일과 아이패드, 컴퓨터 등 다른 기기에서는 각각 어떻게 나오는지 잘 체크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게 좋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News Letter를 만들어서 레터를 받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자신의 작품과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다음으로는 저해상도 PDF 파일이다. 파일 크기는 5mb를 안 넘는 게 가장 좋으며 가능한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일관적이며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레이아웃에 잘 신경 써야 한다. 회사가 첨부파일이 아닌 링크를 원한다면, 이 PDF 파일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전체 공개로 돌린 다음 링크만 첨부하면 된다. 이 링크를 나처럼 따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메뉴 중 하나로 등록하는 것도 좋다.
5. Twitter를 잘 활용하자
직통 메일을 찾는 게 어려우면 트위터를 잘 이용해보자! 많은 아트 디렉터나 편집자들이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고 그곳에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로 일할 글작가나 그림작가들을 공개 모집한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이런 공고는 오피셜 사이트 어디를 가도 찾을 수가 없는 귀중한 찬스이다. 많은 아트디렉터나 에이전시를 팔로우해두고 자주 들어가서 새로운 뉴스들을 확인하자. 보통 포트폴리오는 해당 포스팅에 멘션을 달아서 링크 형식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므로, 트위터에 내 그림을 자주 올려서 업데이트를 해두는 것이 좋다. 트위터로 가끔 프로젝트 일이 들어온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워낙 트위터를 잘 안 쓰다 보니 이런 잠재적인 기회들을 지금까지 많이 놓쳐온 것 같아서 아쉽다. 꼭 매일매일 들어가서 짧게라도 뉴스들을 자주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