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리한 인생의 장점과 단점들
시끌시끌했던 코로나 사태가 끝난 지 오래되었고,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일터로 복귀해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프리랜서들에게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나 일의 형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게 있다면 그사이 높아진 외식물가와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 정도일까?
대부분 집이나 사무실에서 일했던 나로선 큰 변화는 없었지만, 코로나가 피크였던 2020년 초 중순에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신작 출시를 연기하고 많은 프로젝트들이 취소가 되었다. 그때 나를 비롯한 많은 프리랜서들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새로운 외주 작업들이 많이 생겨나서 다시 열심히 작업하고 있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평생직장이 멸종된 지금, 언젠가 결국 모든 사람들은 프리랜서가 될 거라고. 실제로 회사 안의 많은 디자인,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일러스트레이션 계통 직업군들이 단기간의 계약 프로젝트로 유지되고 있다. 결국 프로젝트가 종료 되면 나가서 다른 직업을 구하던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차피 프리랜서가 될 거라면, 과연 나는 어떤 프리랜서로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누구나 날 찾아주는 "신뢰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될 수 있을 까? 프리랜서의 삶이 어떤 건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1. 결코 프리하지 않는 프리랜서
책임감이란 이름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프리랜서란 시간을 프리하게 써서 프리랜서가 아니다. 프리랜서란 "자기 자신을 회사로 여기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 삼아서, 자기 브랜드를 높이는 일이다. 그저 외주를 받아서 일하는 것 이상으로, 자기 이름에 책임을 크게 가져야 하는 직업인 것이다.
회사가 다른 회사에 외주를 맡기면, 큰일이 있지 않는 이상 그 회사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던지 다른 이름을 달고 없어져 버리진 않는다. 물론 진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 서로 신뢰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에게 의뢰를 하는 경우는 많이 다르다! 본인이 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불성실한 작가들은 못하겠다고 연락을 회피하거나 아예 잠수 타버리는 경우가 꽤나 많다.
결국, 이렇게 서로를 불신하게 되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건 해당 프리랜서의 지난 경력들이다. 프리랜서들은 자신의 스케줄을 프리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들이다.
굳이 직장인처럼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내 집에서 혹은 사무실, 동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일해도 된다. 필요하면 낮잠도 자도 된다! 하지만 그 자율성에는 늘 "책임"이 뒤따른다. 그것은 "일에 대한 책임감"일 수도 있고, "내 인생에 대한 책임감"일 수 있다. 일이 바쁠 때는 여러 가지 저글링을 하며 바쁘게 지내지만, 문제는 일이 없을 때다. 회사가 그렇듯이, 프리랜서도 성수기가 있고 비수기가 있다. 이 비수기를 아무런 루틴 없이 보내게 되면 스스로를 절로 혐오하게 되는 게으른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밤늦게 유튜브나 영화만 보다가 새벽에 자서 정오 늦게 부스스 거리며 일어난다던지... 대학교 휴학생이나 동네 백수처럼 말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다. 매일아침 어디론가 가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는다면, 온전히 나만의 하루가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나를 얼마나 관리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봄직하다.
2. 나의 독자성과 개성을 유지하는 대가
프리랜서가 되면 가장 좋은 점은, 회사에서와는 다르게 "내가 원하는 프로젝트"를 골라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디에 소속되어 창작을 하게 되면, 대부분 모든 작업물들은 소속된 회사에 귀속되게 된다. 당연히 아주 특정한 경우가 아닌 한 대부분의 그림들은 회사의 이름으로 공개가 되고, 모든 저작권은 회사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공개가 된 것뿐만 아니라, 공개가 되지 않은 것들도 포함된다. 그것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리랜서 출판 작가로 일하게 되면,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잘 유지하면서 저작권도 잘 지킬 수 있다. 물론 교과서 삽화 같은 경우는 매절로 계약해서 저작권을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그림책 작가의 경우 저작권 덕분에 인세도 같이 받을 수 있다! 프리랜서는 회사에 귀속이 되지 않는 대신, 자신의 독자성과 자율성을 많이 존중받는다. 때문에 실력과 경력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무개 회사원이 아닌 한 명의 "작가"로 존중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주인이 되어 내가 고르는 만큼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 윗선에서 내려진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선, 회사원인 나는 선택권이 없다. 그래서 정 힘들면 회사 탓을 해도 큰 문제는 안된다. 하지만, 프리랜서로서 내가 선택한 일과 보수, 그리고 결과물에 대해서는 나의 책임이 훨씬 크다! 보수가 너무 박해도 경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약해서 일을 했다면, 아무리 맘에 안 들어도 결과적으로 그걸 선택한 내 책임이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시간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로 실망했다면, 그것 또한 나의 책임이 크다. 맘에 안 드는 구린 그림이 짠- 하고 탄생해도, 내 경력의 한 부분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계약서나 돈에 관한 협상, 그리고 세금 관리 등도 모두 나의 몫이다. 회사의 경우 4대 보험이 된다면 회사가 알아서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의료보험, 연금보험도 알아서 내게 되지만, 프리랜서는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연금도, 의료보험도 알아서 각자 내야 한다! 그래서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매월 5월이 될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떻게든 공제를 받기 위해서 자료들을 여기저기 떼느라 정말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3. 나, 잘 나아가고 있는 거지?
자기 발전과 자기 계발은 필수
어디서든지, 내가 원하는 어느 곳에서건 내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건 프리랜서의 특권이다! 사무실 안 가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서 오랜만에 읽고 싶은 책을 읽어도 된다. 모두가 회사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탈 때에, 잠깐 일을 쉬고 원하는 곳에 자료조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놀러 갈 수도 있다. 아니 원한다면 버스, 지하철, 비행기 안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요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피씨가 너무 잘 나와서 정말 어디서든 원하는 곳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별로 권하진 않지만) 만약 내가 올빼미 형이라면 밤새서 일하고 낮에 꿀잠을 잘 수도 있다. 한두 달 정도 주말도 없이 열심히 일하고 나를 위한 포상으로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올해의 6월처럼 말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내가 "혼자" 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혼자 일하다 보면, 홀로 있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쉽게 자만심에 빠지거나 매너리즘에 걸리기 쉽다. 회사라는 조직에 있으면, 원하든 원치 않든 천태만상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또한 자기 분야에서 "유능한 사람"도 "무능한 사람"들도 마주치게 되면서 말이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분발심을 가지게 되고, 나에 대해 부족했던 점들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보완하게 된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고 "진짜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하는 반면교사를 하게 된다! 사회생활이 스트레스라곤 하지만, 어쨌든 그 속에서 사람을 보고 회사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홀로 있게 되면, 오직 마주칠 수 있는 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이다. 사람과의 스트레스는 없는 대신, "홀로 있는 자신"과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 작업이 잘 풀릴 때도 있고, 잘 안 풀릴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회사의 작업물"로서가 아닌, "나 자신의 작업물"로서 아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여러 작업에 대한 슬럼프를 토로할 사람도 곁에 없이, 그냥 나 혼자 잘 헤쳐 나가야 한다. 나 혼자!!! 실토하자면, 가끔 너무 일이 많아서 막막할 땐 불안해서 몇 시간 동안 사무실을 빙글빙글 돌곤 했다.
좋은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선 그런 외로움과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 가끔 나가서 보고 싶었던 좋은 독립 영화도 보고, 좋은 콘서트도 가보고, 꼭 가고 싶었던 곳에 1박씩 훌쩍 여행도 해보고... 꾸준히 독서를 하면서 몰랐던 것들을 배우고. 번아웃이 오지 않게 멘탈과 체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걸 잘 배워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
프리랜서란 문제 해결사!
우리가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남에게서 보수를 받고 일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너무 일이 많아서 같이 나눠서 일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거나, 혹은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어줄 사람"이 필요해서다. 너무 큰 규모의 일인데 반복적인 일들이 많이 필요한 경우, 사람을 더 뽑는 대신 외부에서 외주업자를 불러 일을 시킨다. 이건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우리가 돼야 할 최종 목표는"도저히 풀 수 없는 일을 대신 해결해 줄 사람"이다. 한마디로 그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풀고자 하는 어떤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난 거기에 어떤 답을 건네줄 수 있을까? 출판산업은 시대의 흐름을 잘 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여러 응용문제들이 나온다. 예전에는 답이었던 것이 이제는 좋은 정답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현명한 결과물을 줄 수 있을지, 과연 그것이 이 시대에 잘 맞는 작품일지, 앞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