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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Jan 17. 2022

술은 마시면 늘지만 기억력은 때때로 하늘로 날아간다.

하늘 위로 증발하는 술과 기억력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술을 언제, 어떨 때 얼마큼 드시는지. 사람들마다 술버릇이 있고 좋아하는 술(주종)이 다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편안한 사람과 술을 마시는 것이 들어가는 느낌이나 속도가 다르다는 것. 나는 10년 전의 나와는 비교도 안되게 술이 늘었다. 맥주 한 캔만 먹어도 얼굴이 새 빨개져 빌빌 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했었는데, 이제는 집에 있으면 한 캔, 두 캔, 최근엔 네 캔까지 거뜬히 마신 것 같다. 맥주가 기호식품처럼 물처럼 이름 그대로 술술 들어갈 때가 있다. 이건 나만의 방법인데 스테인리스 텀블러 안에 돌얼음을 넣고 맥주를 부은 다음 마시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차가운 얼음이 맥주와 섞이면 그 맛이 배가 된다지. 

  최근에 술 못 먹는 친구 (입에도 갖다 대지 ) 못하는 친구와 소주를 마셨다. 소맥으로 환산해도 한 병도 못 먹는데 난데 인생 얘기, 직장 얘기 등 넋두리를 풀다 보니 소주 두 병을 혼자 마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집에 컨디션 레이디를 쟁여놔서 망정이지 이거 분명 효과가 있다. 다음날 숙취가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엄청 심한 술주정은 없지만 한말을 반복한다던가 '귀소본능'이 있어 집에 간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귀소본능은 엄마가 살아생전 잠은 집에서 자야 된다고 한 탓에 생긴 것이다. 술을 마시고 시계 분침, 초침이 열두 시를 향해가면  나도 모르게 '집에 가야 된다'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최근 소주 두병을 너끈히 먹었지만 부분적으로 친구와 이야기하던 뒷부분이 생각이 안 나 애 먹은 적이 있었다. 내가 했던 행동부터, 단편적인 부분들은 기억이 나는데 조각조각 이야기들이 끊겨 있는 것이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술 마시고 기억도 하늘로 증발해버렸나 보다. 적당히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줄 곧 하면서도 얘기 한번 하고 소주 한잔, 맥주 한잔, 잘도 넘어간다. 짠 소리를 내고 잔이 맞부딪히면 안주(국물)를 한 숟갈 뜨고 사는 얘기를 더해 또 안주삼아 한잔 마신다. 사는 이야기는 안주 요리처럼 때론 술에 감칠맛을 더해 준다. 나는 술안주 못해라고, 내 빼던 10년 전 라일락이 아니다. 이제는 '술꾼 도시 여자들'의 주인공들처럼 술을 마신다. 어떤 날은 술이 쓰고 다른 날은 달다. 날마다 술이 랜덤 뽑기를 하듯이 그 맛이 달라진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연말과 신년 사이, 술자리가 많다. 좋아하는 사람과 마시는 술은 한 없이 달고, 회사에서 형식적으로 마시는 술은 취한다라기보다 안 취하려고 등을 더 꼿꼿이 세우고 마시게 된다. 내게 술은 어떤 의미일까. 작년에 많이 힘들어서 마시고 또 마셨는데 취하지 않더라. 술은 감정에 비례해서 움직이는 재밌는 녀석이다. 올해 이 녀석은 내 감정을 어떻게 컨트롤해 줄지 기대된다. 2022년 임인년, 해피엔딩,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들로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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