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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Jan 11. 2022

사람들이 주는 기운(氣運)에 대해

당신이 뿜어내는 어떤 분위기에 대해 

  '기운'이란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봤다. 정확한 뜻은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분위기, 글 그림에서 느껴지는 풍취라고 나온다. 아이돌을 뽑는 걸스플래닛에서 심사위원으로 나온 선미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기운을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래가 그 짤이다.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기운'.

 프로듀스 101처럼 온전히 성공 한 편은 아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터라 선미 심사위원의 심사평을 쭉 지켜봤다. 춤, 노래 등은 기본이겠지만 사람 한 명 한 명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많이 보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들의 기운은 어떤가? 쾌청한가? 기운이라고 하니 괜히 도를 아십니까가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나는 걱정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일부러 밝게 보이려고, 잘 웃으려고 하고 최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보이기 위해 만드는 기운과 본성이 원래 긍정적이기에 풍겨져 나오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최근에 알게 된 A라는 사람이 그랬다. 초면인 우리는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했다. 나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고민이나 걱정 있어요? 제가 잘 들어줘서요.'라고 말했다. 평소 사람들의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나라서 물어보기도 했고, 괜한 정적이 싫어서 말을 꺼냈다. 그러자 A는 반대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전 고민 같은 걸 잘 안 해서 라일락 씨가 고민 있는 거 같은데 말해봐요" 

  그 말은 사뭇 진지해서 내가 오히려 그 사람에 질문거리를 안겨주었다. 

  나는 내가 겪었던 슬픔, 힘든 것들을 장황하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사실 그게 고민이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되는대로 자알~ 살아가면 되죠"


  너무도 짧고 명쾌, 명료한 말에 아 정말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단번에 느꼈다. 걱정 근심이 잘 없는 사람들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 사람은 살아온 환경이 화목했고, 많이 사랑받았던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덜 받았다고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 모두가 주말이면 차를 타고 한 시간 동안 웨이팅을 하며 밥을 먹는 게 취미 아닌 취미(가족들의 취미겠지)라고 한다. 그런 탓에 오늘은 기운이 다 뺏겼다며 멋쩍은 듯 웃는데, 나는 그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그래서 걱정이 원래 없는 사람들과 있으면 나도 편안해진다. 나처럼 걱정 많고 피곤하고 사회생활을 하느라 행복한 척하는 사람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 사람은 모든 걸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고 내게 말했다. 마치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살자의 신조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더 이상 잃을 거, 두려울 것이 없어 오늘만 살자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는데 A가 말하는 오늘만 살자는 오늘 걱정 없이 최선을 다해서 살자의 의미였으니까.

  백수여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 기운을 만든다. 기운을 정화시킨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뭔가 할 것을 마련하고 아침 차가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글 쓰는 이 시간의 기운을 사랑한다. 잘하는 것도 좋지만 꾸준히 은은하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외쳐본다 기운아 맑아져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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