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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Feb 14. 2022

백신 3차 부스터샷을 맞았다.

부스터샷을 맞은 다음날 맥주를 마셨다.

  2월 12일, 남들보다 늦게 3차 부스터샷을 맞았다. 늦게 주사를 맞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첫 번째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작용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심산이었다. 남일이라고 생각했던 부작용이 하나 둘 번져가기 시작했다. 건너 건너 지인의 일이지만 얀센을 맞은 한 분은 백혈병에 걸렸다, 매주 산을 등반하고 정정하시던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등 여러 가지 소식을 접했다. 국민청원을 할 때마다 3차를 굳이 맞아야 되나 싶기도 했다. 1차, 2차를 맞았을 때도 회사를 다니기 위해 맞은 것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주변에서 다 맞는 다는 이유로 3차 아스트라제네카를 엄청 일찍 맞았다. 어차피 3개월 후에 또 맞아야 되지 않는가. 나는 최대한  시기를 미루고 싶었다. 


  3차 부스터샷 날짜를 미루고 미루다가 2월 12일에 맞게 됐다. 하도 주사를 무서워해 친구와 함께 병원에 갔는데 별별 시답잖은 이유를 대며 못 맞을 수도 있겠다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약을 먹고 있었으며 콧물, 목감기 증상이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체온을 쟀을 때 내 온도는 정상이었고 역류성 식도염과 부스터샷간의 관계는 크지 않았다. 맞아도 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팔을 걷어서 '아'라고 하기도 전에 의사가 주사를 놔버렸고 십오 분 동안 병원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압통도 크게 없었고, 뻐근함도 없었다. 압통이라고 해봤자 하루 정도였던 것 같다. 감기 기운이 살짝 있어서 콧물을 훌쩍거리기는 했지만 살짝 미열이 있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다시 자니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2차 때 몸살에 걸린 것처럼 아프고 팔도 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무거워서 힘들었는데 2차에 비해 3차는 많이 괜찮았다. 


   3차를 맞고 친구와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하루는 강제로 술을 끊은 날이기도 했다. 약간 힘이 없어지고 가끔 미열은 있지만 쌩쌩하다. 그리고 이건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1차, 2차, 3차 다 배가 고프다. 그런데 문제는 다. 음. 날.이었다. 배가 고프니까 기름지고 맛있는 걸 찾게 되고 맥주가 당긴다는 것. 무알콜 맥주라도 마셔야 되나 싶었지만 정말 맥주가 먹고 싶었다. 나는 지식인부터 블로그 포스팅 후기까지 '화이자 3차 맞고 다음날 맥주'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 

  결론란 말하자면 사람마다 다르기는 한데, 항체 생성하는데 맥주가 방해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 반응이 크게 없다면 먹어도 된다의 내용이었다. 원래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난 하고 싶을까. 나의 내면과 안돼,  돼를 외치며 싸우다가 결국 냉장고에서 맥주를 집어 들었다. 왜 하루 안 마셨는데 술이 이렇게 맛있을까. 결국 술을 입에 대었다. 주사를 먹고 다음날 마시면 그냥 술술 들어가던데 얼굴이 빨개 진다던가 조금 더 빨리 취한다. 맥주 한 캔이 매우 소중해서 안주로 육전과 함께 야무지게 먹었다. 얼굴에서 열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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