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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고 나니 비로소 보인 것들

주변을 둘러보니 남아있는 어떤 것들에 대하여

by 서이담

잃는 건 두려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빈자리를 통해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유방암 치료를 하며 일 년 동안 사람들도 만나지 않았고 일도 쉬었다. 몸이 예전처럼 돌아올 줄 알았는데 되려 다른 질환을 계속 발견했다. 그러나 예전의 삶보다 나를 새롭게 변화시킨 건 태도였다.


두 번의 수술과 방사선 과정 하나하나마다 기다렸고 참았다. 통증이 사라지길, 수치가 안정되길. 인내는 마냥 참는 게 아니다.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무작정 감추는 게 아니다. 그저 흐르는 시간을 함께 견디는 거다. 시간과 함께 견디기 위해선 일분일초를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


삐까뻔쩍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뿌듯함을 얻는다. 가령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잔 마신다든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쓰는 거다. 작은 일과들이 퍼즐처럼 모이면 나중에는 어떻게든 맞춰진다.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삶의 중심이 잡힌다. 또 하나 발견한 건 인간관계다. 유방암 커밍아웃을 하고 나서 지인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고 나면 사람의 진심이 보인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으로 나눠진다. 새롭게 다가온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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