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로는 못 했던 걸 강아지가 해냈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된 진짜 이유

by 최물결

여기 알람을 맞춰도 못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8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치면 최소 7시 30분부터 십 분 간격으로 알람 설정을 해야 간신히 일어나니까. 나는 평소 아침잠이 많아 모든 활동을 오후에 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요새는 오후 시간 중 대부분을 일하는 데 쓰고 있다.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은 아침 그리고 오전 시간뿐이다. 백수였을 때는 남는 게 시간이라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라는 말이 쉬웠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에 가까웠다.
열심히 하지는 않으면서 하고 싶은 목록은 잔뜩 쌓아만 두는 사람.
아침은 늘 무겁고 이불은 늘 나를 붙잡으니 정신을 부여잡고 일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반려견 자두가 온 후부터 나는 매일 아침 6시에 눈을 뜬다. 아니, 정확히는 눈을 뜰 수밖에 없다.

강아지의 배꼽시계가 어찌나 정확하던지. 열두 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끼, 그것도 야무지게 먹는 녀석은 새벽에 잠을 자도 귀신처럼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몇 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전에 키우던 반려견이 하늘로 간 이후 아침에 눈 뜨는 게 정말 싫었는데, 내가 다른 강아지를 데려올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아침 여섯 시가 되면 조금만 더 자자는 선택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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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억지로 일어나는 줄 알았던 아침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여섯 시라는 시간에 몸이 습관처럼 굳어져서일까. 밥을 챙기고 트림까지 한 후 배변 판 위에 올라 가 오줌을 싼 한 모습을 보고서야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다.


의지로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부지런한 아침”이 내 옆에 있는 생명을 가진 작은 녀석 때문에 가능했다.


예전에는 아침만 주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자기 바빴으나 지금은 아니다.
오후에 일을 가기 때문에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오전에 끝내놓아야 한다.


오전에는 주로 정해놓은 분량의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고 또 강의를 듣거나 틈나는 대로 명리학 공부를 한다.


누가 그랬다. 잠은 죽어서 평생 잘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난 그동안 잠을 너무도 많이 잤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오전 시간 밖에 활용할 수 없으니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갠다. 출근 전 오전 일정의 끝맺음은 항상 녀석과의 산책이다.


녀석은 요새 내 생활패턴에 적응하는 중이다. 매일 집에서 붙어만 있던 언니가 오후에는 일을 가니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것도 집에서 늘어져 있다가 정신 차리고 일을 하는 것도 모두 내 옆에 있는 귀여운 털북숭이 생명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녀석 때문에 내가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아직도 완벽한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여전히 졸리고 귀찮을 때가 많다. 분명한 건 스스로를 위해서보다 누군가를 위해서 잘 움직인다는 걸 안다. 오늘도 내 옆에 있는 귀여운 생명체는 나만을 바라본다. 나는 녀석의 몸짓에 빛보다 빠른 속도로 눈을 비비고 일어난다.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나를 깨우는 존재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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