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멀리서 일어났지만 영향력은 가까이에 있었다
“강아지 수액이랑 주사기 다 쟁이셨어요?”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배송이 될지 잘 모르겠어요”
“꼭 써야 하는데 구할 곳 없을까요?”
신부전 강아지를 케어하는 보호자들의 대화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졌다. 비닐봉지는 물론, 의료용 수액, 주사기 같은 소모품의 품귀현상이 시작됐다.
티브이 화면에서만 보던 전쟁. 우리나라에서 피부로 와닿는 현상은 종량제봉투 사재기다.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도 발주가 안 될 수 있으니 ‘봉투를 아껴 써야 한다’는 지령이 떨어졌다. 전쟁은 단순한 공급 차질을 넘어 글로벌 경제 위기로 맞닥뜨렸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전쟁은 멀리 있었지만 그 영향은 가장 가까운 곳에 닿아 있었다. 불안감은 아픈 강아지를 케어하는 보호자들에게도 번졌다.
삼 년 전 나도 우리 강아지에게 피하수액을 놔줬었다. 신부전은 신장이 수분을 재흡수하지 못하거나 노폐물을 걸러주는 기능이 떨어져 몸에 독소가 쌓이게 된다.
루틴처럼 물을 자주 마시고, 소변을 보게 해야 했다. 아이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상태를 봐 가며 피하 수액을 놓기도 한다.
나도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강아지 보호자’ = ‘엄마, 언니’니까 그냥 하게 됐다. 첫째 강아지가 무지개별로 간 후로도 아픈 강아지를 키우는 지인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지냈다.
첫째 강아지가 쓰던 물품들은 또다시 필요한 주인이 있을 것 같아 나눔을 했었다.
남은 수액도, 주사기도 모두 물건이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로 가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랐었다.
수액, 주사기 비상이라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내가 제일 잘하는 ‘검색 능력’을 발휘해 주사기, 나비침 등을 알아봤다. 문제는 쇼핑몰 사이트는 열려있으나 배송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내 지인들은 이중 삼중으로 일말의 희망을 걸며 결제를 했다. 여러 군데 결제해 두고 안되면 취소 처리될지언정 그중에 하나는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삼 년 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신장질환 전용 유동식 품절 이슈는 물론 보조제 가격이 상승하며 들쑥날쑥했고, 이용하던 한 브랜드의 나비침의 수요 공급에도 말이 많았다. 제품은 부족한데 필요한 사람은 많으니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렸지만 나는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내 새끼를 살리려면 일단은 쟁여놔야 한다는 마음이 강했으니까.
가격은 올랐지만 엄마는 용감했다고 해야 할까.
처음 피하 수액을 할 때 녀석의 몸을 찔러야 하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렇지만 이렇게 매일 해야 요독 증상을 완화시키고 몸의 독소를 조금이라도 쌓이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신장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내 손이 신장의 역할을 하면 되니까. 첫째 강아지는 심장도 안 좋은 데다 먹는 약도 많았다.
심장, 신장, 갑상선저하 약을 복용했으나 나중에는 합병증으로 눈을 감았다.
내 옆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끝끝내 소변을 누지 못해서 비명을 지르다 눈을 감았다. 아직도 끙끙대던 모습이 눈에 선명해서 아픈 순간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가끔 너무 보고 싶어 녀석을 생각하면 그때의 모습이 떠올라 알 수 없는 죄책감 같은 게 뜨겁게 끓어오른다.
무엇보다 심장처럼 전부였던 녀석을 위해 할 수 없다는 현실에 힘들었다.
궁금한 마음에 오랜만에 카페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다. 수액과 나비침 이슈로 애타는 신부전 케어 보호자들의 마음이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애타는 모습들은 애달픔으로. 타들어가는 마음은 구겨진 종잇장처럼 사그라들었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아픈 강아지를 케어하는 보호자들에게 수액과 주사기는 단순 물품이 아니라 ‘시간’과 ‘생명’ 일 테니까. 그리고 그 연결의 끝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작은 생명이 있다.
하루빨리 이역만리 떨어진 곳의 전쟁이 잦아들어 마음 졸이지 않게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