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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마스크 탐험대

by 최물결


우리 동네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왔다. 무려 바로 옆 동에 있는 일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제법 큰 아파트라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사실 시청에 확진 알림이 있기 전부터 방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했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사람들 입을 통해 내 귀까지 들려왔다.

커뮤니티는 떠들썩했다. 어린아이도 걸린 까닭에 엄마 된 입장으로 안타깝다는 내용, 동선을 빨리 공개하라는 내용,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빨리 확인해 달라는 내용, 아직 정확하지도 않은데 타 방송국에서 취재 오는 걸 봤다며 아파트 관리인들 뭐 하는 거냐며 화내는 글, 아파트 이름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두려움과 탄식, 화가 섞여 있었다. 나는 티브이에서 보던 코로나 감염자가 내 이웃이 되고 또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많이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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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그나마 인터넷을 잘 다룰 줄 안다고 자부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나는 여기저기 마스크 사이트를 뒤졌다. 몇 분 정도 인터넷을 뒤지니 시간별로 정리된 마스크 구매 사이트 주소가 나열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확히 네이버 시계로 정시를 알렸다. 그러나 광클릭, 초스피드 손을 자랑하던 내가 창을 누르자마자 ‘마감되었습니다’라는 글씨로 바뀌었다. 오초도 채 안 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파는 KF마스크를 알아보며 마스크가 열리는 시간에 맞추어 핸드폰으로도 컴퓨터로 실시간 접속해봤다. 커뮤니티에서는 “장바구니에라도 넣어야 다음날 결제를 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장바구니는커녕 누를 수도 없었다. 이쯤 되니 나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쓰여 있는 마스크 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읽기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결제수단 방법을 페이 충전으로 미리 해놔서 빨리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하지만 마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마스크를 온라인에서 못 구하게 되자 5부제 마스크를 사러 가기 시작했다. 아빠와 주민번호 뒷자리가 같아서 함께 약국에 갔다. 우리 동네는 마스크 물량을 알려주는 어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여는 시간(나눠주는) 시간에 맞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흡사 이 모습은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줄일 것이다. 예를 들어 1시가 공적 마스크를 나눠주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12시 20분에는 나와 있어야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마스크 탐험대가 되려면 일찍 남들보다 빠르게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아파트 주변 약국 쪽 골목은 따로 인도가 없는 데다가 버스가 도는 코너 쪽과 정류장이 함께 있어서 매우 위험한 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과 상관없는 듯 그 길을 무단 횡단하며 ‘무슨 줄이에요? 버스 줄인가요? 줄이 길다. 오늘은 늦게 왔다’ 등 각자 푸념을 늘어놓으며 결국 내 뒤로와 서 있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줄 서 있는 한 아주머니 앞에 딸아이로 보이는 이십 대 여성이 서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뒤에 서 있는 아저씨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겨 한마디 한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딸은 엄마에게 카드를 전달해 주기 온 것이고 아저씨는 아줌마의 딸이 새치기를 하는 줄 알고 한마디 한 것이다. 아저씨의 말에 발끈한 딸이 사정을 얘기하며 언성이 높아지고 싸우려고 들자 아주머니가 말리고 멋쩍은 아저씨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이처럼 마스크 하나 때문에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은 더 비일비재할 것이다.

나는 마스크를 사고도 불안해서 자꾸만 마스크를 검색했다. 온라인으로 물량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바로 장바구니에 못 담는 내 손을 원망한다. ‘내가 정말 똥 손이구나’하며 스스로를 원망해본다. 커뮤니티 게시판을 뒤지다가 엄청 저렴한 건 아닌데 지금 시국에 적절한 값으로 올라온 KF94와 일회용 마스크 직거래에 댓글을 달았다. 이번에는 일등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소문과 오해에 뒤엉키기도 하고 웃픈 에피소드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동시에 따뜻한 사람들의 손길도 많이 봤다. 면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나눔 하는 사람, 60대 이상 노인 분들에게만 마스크를 드리는 사람, KF원단으로 마스크 만드는 법을 공유하는 사람. 이 험난한 시국에 나만 아니면 보다 모두 함께 이겨내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을 위해 마가장이 된 나는 (마가장: 마스크 가장) 온라인, 오프라인 내 마스크 탐험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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