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이 아득하게 깊은 강아지, 반려견 딸기가 눈알을 위아래로 굴린다. 눈 안에 강을 품고 있는 우리 집 강아지는 한때 유기견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경 게하는 버릇이 있다. 이를테면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 좋다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가도 중간중간 멈칫거리기도 하고 몸을 살짝씩 떤다거나 “딸기야”하고 이름을 불렀을 때 바로 오지 않고 주위만 살피는 모습이 그랬다. 한 번은 내 방에서 나와 딸기가 있는데 아빠가 들어오자 왕왕하고 세차게 짖은 적이 있었다. 나와 함께 누군가가 내 방에 들어왔을 때 행동은 바깥에서에서도 계속됐다.
딸기를 데리고 남자 친구와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노느라 지쳐 침대 위에 누워 있었는데 남자 친구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구 짖어대는 것이었다. 사회성이 없어 다른 강아지들과 마주하면 몹시 흥분해서 짖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왜 다른 사람만 오면 앙칼진 목소리로 짖어대는 것일까?
남자 친구는 안경을 고쳐 세우며 명탐정 코난이라도 된 것처럼 내게 말을 했다. 평소에 내 방에 누군가가 들어왔을 때 내가 소리를 지른다거나 흥분을 하듯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는 장난으로 넘겨짚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 상황과 똑 닮아있었다. 평소 엄마가 방을 치우라고 하면 “내가 알아서 치울 거야 그 물건 건들지 좀 마” 하면서 엄마를 방에 못 들어오게 했었다. 그렇다고 내가 내 방을 깔끔하게 잘 치우는 편도 아니었다. 그냥 있어야 할 자리에 내 물건이 제대로 없으면 불안해서 그게 흐트러질까 봐 건들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즉 예민한 내 모습들이 나도 모르게 나왔던 것이다. 이런 날 선 모습으로 엄마 아빠를 대했던 태도가 반려견 딸기에게 전해졌던 것일까? 남자 친구는 반려견 행동교정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해당 내용을 봤다고 했다. 반려견도 주인의 모습을 보고 닮는다고. 그제야 딸기의 눈빛들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 그동안 내 모든 행동들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다 보고 담으며 학습했겠구나를 생각했다. 딸기는 내가 엄마 아빠에게 예민하게 대했던 모습을 따라한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앙앙 거리며 짖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수 없지만 역지사지로 내가 강아지의 모든 행동을 훑어보듯이 강아지도 내 전부를 샅샅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행동도 말투도 함부로 했던 것들, 은연중의 내 행동들까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은 주인이 강아지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너 왜 그래? 잘못했어 안 했어?”라고 다그치기도 많이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 하지만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반려견의 행동 제일 아래쪽에는 주인의 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 집 강아지는 세상 모든 모습을 품고 있다. 빛, 그림자, 햇살, 나무, 꽃뿐만 아니라 내 오늘 하루도... 오늘따라 딸기 눈이 말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