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과 워킹대디들의 점심수다

둘째 하나 더 낳아보시죠.

by 정벼리

가끔 한 번씩 만나는 선후배 모임이 있다. 그때그때 일정이 맞는 사람들끼리는 모이고, 일정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느슨한 만남이다. 이번에는 나와 남자후배 세 명이 조촐하게 점심 모임을 가졌다. 맞벌이, 외벌이, 주말부부... 사는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우리는 모두 워킹맘과 워킹대디이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보자고, 식사메뉴는 시원한 막국수로 정했다. J가 막국수를 홀홀 들이키며 말했다.


"와! 이 바깥 음식의 맛, 정말 오랜만이에요. 너무 좋네요."


S는 두어 달 전에 둘째를 낳았다. 출산휴가가 끝나자마자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당연히 외식은 꿈도 못 꿀 시기이다. J는 두 달 뒤에, K는 올해 말에 각자 와이프들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J는 첫 아이이고, K는 S처럼 둘째 아이이다. 바깥 음식(?)의 맛에 황홀해하는 S를 보며 나는 깔깔 웃었는데, J와 K는 그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는지 안쓰러움을 가득 담아 S를 바라보았다. K가 물었다.


"S야, 집에서 밥 잘 못 챙겨 먹어?"
"아니요. 끼니마다 잘 먹기는 하는데, 그냥 집밥 말고 양념 팍팍 들어간 바깥 맛이 오랜만이라는 거죠."


집에서 밥을 얼마나 슴슴하게 먹으면 맹한 물막국수를 들이키며 바깥 맛을 논하나 했더니, 아내가 한참 수유 중이라 간을 세게 할 수가 없단다. 후배들은 무슨 드라마에 나오는 아줌마들처럼, 순식간에 모유수유의 장점과 단점으로 대화의 소재를 옮겨가 신나게 떠들었다. 모유수유가 하고 싶다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둥, 첫째 때는 모유수유에 실패했지만 둘째 때는 모유량이 늘어 완모도 가능할 것 같다는 둥, 수유하는 동안에는 마늘과 파를 먹으면 안 되니까 반찬이 맹숭맹숭해진다는 둥...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 마디 덧붙였다.


"누가 들으면 늬들이 모유수유한 줄 알겠다. 모유도 안 나오는 것들이 숟가락은 엄청 얹네!"


후배들은 낄낄 웃으며 물었다.


"선배님은 모유수유 하셨어요?"
"아니. 나는 한 달도 못 되어서 포기했어. K 말대로 그게 맘처럼 그냥 되는 게 아니더라고."
"분유 타는 것도 진짜 일인데. 선배님 힘드셨겠다."
"아냐. 난 불면증 때문에, 밤중육아는 남편이 거의 전담했어. 모유수유 안 하니까 세상 좋더라."
"으악! 밤에 남편분이 전담하셨다고요? 선배님 너무해요."
"뭐가 너무해! 낮엔 내가 다 돌봤는데."
"으으... 그래도 전담이라니, 저는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K선배와 J도 애기 나오면, 모유수유는 무조건 시도해 봐요. 첫째 때는 밤중육아가 너무 힘들었는데, 둘째 모유수유하니까 난 첫째만 데리고 자면 되더라고. 정말 편해."


S는 진지하게 조언(?)했다. K는 아내 복직 때문에 둘째 때도 모유수유를 길게 하기는 힘들 거라며 고개를 저었고, J는 눈을 반짝이며 '모유', '완모' 등의 단어를 머릿속에 입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아니, S야. 근데 첫째를 데리고 자는 게 편하다고? 첫째도 이제 겨우 두 돌 지난 거 아냐?"
"네! 신생아에 비하면 두 돌 아기는 껌이죠."
"어휴... 아닌데. 나는 그때도 힘들던데."
"아이고 우리 선배님! 둘째 하나 더 낳아보시죠. 첫째 키우기 힘들단 말 쏙 들어갑니다!"
"안 돼! 둘째라니. 난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고!"
"에이, 하나 더 낳아 보세요!"
"뭐래 진짜! 푸하하."


그래. 세상에 말이 쉽지, 진짜 쉽게 애 키우는 집이 어디 있겠어. 늬들도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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