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가는 길,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

by 스텔리나

임신 중기가 지나가고 출산 예정일까지 불과 백일도 안 남은 상황에 몸살감기와 기침감기로 몸이 아프니 마음의 날씨도 덩달아 우중충해졌었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몸 컨디션 때문에 할 수 없으니 무기력함과 알 수 없는 답답함, 허탈함이 마음에 한가득 차올랐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도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헛헛한 감정이 나를 위로하고자 제삼자의 인물들을 일렁이게 하는 듯했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적으로 타인에게 나의 고충을 쏟아내지 않으려 내 마음을 다잡아보려다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뭉치고 뭉쳐진 마음은 나의 과거, 어린 시절로 나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부모가 됨을 앞두고 있으니 나의 어린 시절을 자동적으로 되짚어보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아이는, 이 아이는 내가 겪었던 힘듦, 어려움, 혼동을 느끼지 않길 빌어보는 나의 마음에 슬픈 감정이 한걸음 더 다가왔다.


이민자이자 외국인인 내가 노르웨이에서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내가 잘 알려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쭈뼛대며 초승달 하나가 떠오른 고요한 깊은 밤에 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아이를 위해 그리고 또 나의 가정을 위해 내가 살아오고 있는 현재 이 인생을 보다 더 좋게 변화,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도 컸다. 지금껏 해내온 것처럼 난 잘 해낼 수 있을 것과 같은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오다가도 그 마음이 높은 장벽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낼 능력이 내게 있다는 한줄기의 믿음의 손을 잡아보려 한다.




노르웨이에서 출산을 하기로 정한 나의 결정에 친정 엄마의 걱정은 깊어져갔다. 되도록이면 한국에 나왔으면 하는 게 내가 노르웨이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엄마의 바람이자 소망이었다.


그런 나는 어쩔 수 없으니 걱정은 그만하라 하지만 엄마는 내가 본인 옆에 없고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니니 더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사자인 나 또한 왜 그러한 걱정이 없겠는가.

여기에 다 세세히 적을 수 없지만 마치 귀소본능처럼 나 또한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서 출산을 하고자 하는 게 나의 바람이었다. 고국처럼 모국어처럼 나에게 편안함을 주는 곳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걱정에 대해 더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 내가 걱정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 맞이하게 될 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친정이 있는 한국에서 출산하는 것이 나에게 심리적 안정을 더 안겨줄 수는 있지만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가리키는 나의 최종 선택지는 노르웨이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쉽지 않게 그렇게 결정했지만, 종종 엄마는 출산이 가까워지는 나에게 종종 한국에 나오지는 못하겠지? 라며 내가 한국에 와서 출산하길 바라는 희망의 마음을 내비쳤다.


가끔은 내가 바라는 것보다 상황에 의해 주어지는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아쉬움을 남기더라도 내 인생과 내 상황을 책임지는 것은 나의 몫이기에 올곧이 더 바르게 서야 함을 느낀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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